뱅크사인, 제2의 공인인증서?…"또 다른 독점 우려"
뱅크사인, 제2의 공인인증서?…"또 다른 독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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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금융 사고시 고객에게 책임 떠넘길 명분 될 것"
은행연 "국내 은행 서비스 특성상 전자서명 반드시 필요"
시중은행의 공인인증서 입력 화면 (사진=웹 캡쳐)
시중은행의 공인인증서 입력 화면 (사진=웹 캡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공인인증서를 대신할 은행권 공동 인증수단인 '뱅크사인'의 도입을 두고 "공인인증서의 재림(再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점 논란으로 다른 인증수단의 선택권을 제한해온 공인인증서의 재판(再版) 내지 또다른 독점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다음달 은행권 공동 인증서비스인 '뱅크사인'을 출시한다.

이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현행 공인인증서 이용 행태와 차이가 전혀 없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기 시작했다. 최근 전자서명법이 개정되면서 정부가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자 이를 뱅크사인으로 대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공인인증서는 최근 정부가 전자서명시장에서의 발전을 저해하고,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 전자서명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의무사용을 폐지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은행권은 정부 취지와 달리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개발한 뱅크사인을 일괄적으로 도입하고 공인인증서와 병행 사용하기로 했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국내 대부분의 은행이 뱅크사인을 전자서명 수단으로 선택하고 도입하기로 했다"며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나 뱅크사인을 통한 본인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공인인증서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권에서 도입할 경우 압도적인 이용자 수에 따른 파급력으로 인해 '제2의 공인인증서'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앞서 공인인증서는 은행권에서 먼저 도입한 후 전자상거래나 민원행정 등 전자적 업무처리가 필요한 전 분야로 확대됐다. 이후 법률적으로 공인인증서에 의한 전자서명만 인정되면서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된 바 있다.

뱅크사인은 공인인증서 대체 수단으로 개발된만큼 공인인증서의 빈 자리를 빠르게 채워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문, 홍채, 정맥, 화상통화(안면인식) 등을 활용하는 사설 전자서명 활성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이 또 다시 정체될 수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공인인증서 폐지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사설 인증서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뱅크사인 도입으로 이 같은 노력을 더이상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권은 공인인증서 폐지로 인해 잃었던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길 수 있는 빌미를 다시 마련하게 됐다.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 은행은 가장 먼저 고객의 공인인증서 보관 방법에 대해 문제 삼아왔다. 뱅크사인도 개인 스마트폰의 안전영역에 보관한다는 점에서 금융사고 발생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은행 한 관계자는 "전자서명을 도입하는 이유가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인데 뱅크사인은 금융사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이에 대해 국내 금융환경이 해외와 달리 전자서명이 필요한 구조이기 때문에 뱅크사인을 개발하게 됐음을 강조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단순한 송금을 할 때도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기 때문에 고객이 스스로 주의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반면 국내 은행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본인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은행들이 간편인증 등 편의성을 높인 인증수단을 사용하지만 대규모 거래에서는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것도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인인증서와 달리 보안과 편의성을 높였다는 점도 부각했다.

이 관계자는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인키(전자서명생성정보)를 스마트폰의 안전영역에 보관하기 때문에 해킹 등의 복제·탈취 등을 방지할 수 있다"며 "인증서 갱신 기간도 3년으로 확대되고 불편했던 '타행 인증서 등록' 절차도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이용할 수 있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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