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혼란 부추기는 전자담배 타르 논란
[기자수첩] 소비자 혼란 부추기는 전자담배 타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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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놓고 외국계 담배회사들과 정부의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하나의 분석 결과를 두고 각자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려는 업계와 정부의 '프레임(Frame) 싸움'에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판매 중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의 글로(glo), KT&G의 릴(lil) 등 3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많고,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게 핵심이다.

식약처 발표를 두고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타르 함유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즉각 입장문을 내어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담배제품규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타르는 담배규제의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유해물질이 훨씬 많이 발생하는 일반담배 소비를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WHO는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거나 유해성분이 덜 배출된다는 근거가 없으며, 유해물질 감소가 인체 위해도를 감소시킨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배제하고 유리한 정보만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결국 담배다. 검출량 차이가 있다고 한들, 1급 발암물질이 들었다는 건 '팩트(Fact)'다. 더군다나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배출되는 타르에 다른 유해물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아직 그 어떤 연구기관에서도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훨씬 유해한 일반담배 소비를 지속하도록 유도한다"는 필립모리스의 주장은 섣부르다.

식약처 또한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타르 함유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은 그간 외국계 담배업체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다'는 점을 앞세워 논란을 부추긴 꼴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의 1급 발암물질 함유량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충분히 밝히지 않은 점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소비자들은 진이 빠진다. '타르가 어떤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타르 함량이 더 높다'는 반쪽짜리 연구 결과는 혼란을 부채질할 뿐이다. 차라리 '발암물질 함유량이 일반담배에 견줘 적긴 하지만, 유해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해물질도 많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분석 결과를 투명하게 밝히면, 다음 판단은 소비자들 몫이다. 하나의 분석 결과에 대해 각자 유리한 해석을 고집하며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정부와 업계의 행태는 결국 모두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그치고 업계와 정부가 합심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건강증진에 함께 힘써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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