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트럼프 외교성과는 북미정상회담 뿐
[홍승희 칼럼] 트럼프 외교성과는 북미정상회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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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 코앞으로 다가왔다. 중재자 역할에 진력해온 한국정부를 한 때 긴장시킬 만큼 추진과정에 삐걱거림도 있었지만 어쨌든 일정과 장소, 의제 등이 최종 확정되며 문턱 앞에 선 북미정상회담은 약간의 시차를 두더라도 남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종국에는 종전선언까지 이어져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과를 낸다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외교적 성과가 될 공산이 크다. 취임 초기부터 외교역량에서 불안한 시선을 많이 받았던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압박과 협박만을 일삼아 옴으로써 여기저기서 강약의 차이는 있을망정 많은 저항감을 불러일으켜왔기 때문이다.

일단 이란과의 핵협정 탈퇴를 선언을 함으로써 잠잠해져가던 중동에 새로운 불씨를 던졌다. 그런가 하면 나아가 그의 최측근들 중에서도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경우는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거침없이 뱉어낸다. 그게 아니어도 고율관세로 미국의 압력을 받게 된 G7 국가들은 특히 트럼프로부터 모욕을 당한 바 있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웃나라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주축이 돼 미국 일변도의 무역구조를 다자주의로 환원하기 위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G7 회의를 앞두고 미국을 제외한 6개국이 모두 미국의 고율관세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철저히 중국배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식 외교는 가뜩이나 다방면에서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중국을 더욱 자극해 그 갈등을 더 심화시켜가는 모양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ICBM발사시험까지 단행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트럼프의 재선가도에서 외교적 성과라면 북미정상회담 뿐이라는 결론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미국은 북한이 유연성을 보이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떻게든 북한에 더 모욕을 안겨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그나마 순조롭게 진행되어가나 싶은 마당에 트럼프의 자문변호사이자 전 뉴욕시장인 줄리아니는 김정은이 트럼프가 판을 한번 깨겠다고 나선 북미정상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 김정은이 납작 엎드려 애걸했다는 발언을 하며 북한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런가 하면 대북 초강경파인 볼튼이 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금 트럼프의 미국은 전 세계를 향해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라고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의 자의식 과잉상태를 보인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 미국을 향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물론 중국은 아직 미국과의 전면승부를 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조심하는 편이지만 어차피 포스트 미국을 겨냥한 중국으로서는 차기 최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미리 다져나가기 위해서라도 미국에 호락호락 밀리지는 않겠다는 자세여서 남북관계의 해빙무드가 일고 있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에 새로운 장애가 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이 필리핀-일본-한국-대만-베트남을 잇는 대중국 포위선을 설치한 것은 이미 4년째이지만 그로인한 미중 간 갈등이 최근 들어 급격히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문제도 그런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간주되어 중국이 강경 반응을 보였었다.

일단 한반도 문제 해결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한국에 대한 보복은 상당 수준 완화되어가고 있지만 트럼프는 지금도 어떻게든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정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정전협정 당사국의 하나인 중국을 배제할 수도 없는 데 지금처럼 중국을 자꾸 제쳐 놓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다른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가능성만 커질 뿐이다.

이런 태도는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종전협정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쳐질 여지도 있다. 그럴 경우 회담은 오히려 더 많은 장애물을 만날 수도 있다. 지금 트럼프의 미국은 자국이 가진 힘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상대국들을 모욕하고 협박하는 데 주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회담과 나아가 남북간 종전협정 체결은 트럼프의 유일한 외교성과라는 점을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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