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사, 파머징시장서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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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중남미 독감백신 입찰점유율 1위…동아제약 박카스 동남아 'K팜 열풍' 주역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국 제약사들이 파머징(Pharmerging)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다국적 제약사보다 인지도가 낮을 뿐 아니라 마땅한 대형 품목도 없기 때문에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수출 계약을 따내거나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면서 활동 무대를 넓히는 중이다. 

파머징은 영어 제약(Pharmacy)과 신흥(Emerging)을 합친 신조어로 중동과 중남미, 동남아시아, 중국 같은 신흥 제약시장을 말한다. 앞서 내수 한계를 느낀 국내 제약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전통적 제약강국으로 도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잠재성장률이 높고 복제약 수요가 많은 파머징 시장에서 'K팜(Pharm)' 알리기 작전을 세웠다. 

파머징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 제약사는 GC녹십자와 동아쏘시오그룹의 일반의약품 계열사 동아제약이다. 녹십자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 의약품 시장에서도 도전장을 냈지만, 주로 중남미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녹십자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로 수출한 백신 규모만 4600만달러(495억원)에 이른다. 중남미 독감백신 입찰시장에선 'GC플루'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를 제치고 수년째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동남아에서 K팜 열풍을 이끈다. 무기는 자양강장제 '박카스'다. 올해 1분기 캄보디아를 비롯한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시장에선 총 174억원 매출을 올렸다. 특히 캄보디아에선 박카스 사랑이 남다르다. 2011년 52억원이었던 박카스 매출액은 6년 새 626억원으로 12배 늘었다. 캄보디아를 동남아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각종 행사를 통해 제품 인지도를 높인 결과다.

'샐러리맨의 피로회복법'을 콘셉트로 잡은 것도 매출 상승에 도움이 됐다. 2011년 6월 박카스는 현지 인기품목 '레드불'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성공적인 캄보디아 박카스 판매엔 숨은 공로자가 있다. 현지 유통을 맡은 속 삼낭 캠골드 사장"이라며 "속 삼낭 사장은 이름도 생소한 박카스를 알리기 위해 밤낮 없이 뛰어다녔고, 현지 첫 음료수 옥외광고는 물론, TV광고를 시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귀띔했다. 동아제약은 앞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해 '박카스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보령제약은 2014년부터 멕시코 의약전문 기업 스텐달과 함께 고혈압 치료제군 '카나브 패밀리'를 팔고 있다. 카나브는 16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지만, 멕시코에서만 처방되고 있다. 

보령제약은 올해 말까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러시아에서 카나브를 출시할 예정이다. 보령제약 측은 "정확한 규모를 밝히기 어렵지만, 수출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신약 허가 조건이 맞은 국가 위주로 먼저 진출했고, 앞으로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 시장에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W홀딩스도 지난달 중남미 시장 진출을 알렸다. 브라질 의약품 유통업체 '시프 파티시파코'에 종합영약수액제· 탈모·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5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JW홀딩스는 진입 장벽이 높은 파머징 국가 브라질에 수출을 성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제품력이라고 본다. 한성권 대표는 "브라질은 제약산업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국내 제약사의 시장 진입이 어려웠다"며 "이번 수출계약을 통해 JW의 우수한 제품력과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글로벌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일양약품, 셀트리온도 각각 멕시코, 콜롬비아에서 의약품 판매에 나선다. 일양약품은 멕시코에 300만달러어치 역류성 식도염 치료 신약 '놀텍'을 공급한다. 셀트리온 해외 판매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글로벌 제약사 먼디파마와 혈액암 치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트룩시마' 콜롬비아 내 유통·판매 계약을 마쳤다. 트룩시마보다 먼저 콜롬비아에 선보인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출시 2년 만인 지난해 시장 점유율 30%로 올라섰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낸 '국내 바이오·제약업체 2017년 경영전략' 자료를 보면 브라질과 중국을 비롯한 파머징 국가들은 선진국보다 시장 성장률이 약 2배 높다. 의료 접근성이 개선되고 의약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2021년까지 파머징 국가들이 세계 제약시장 22%를 점유할 것으로 점쳤다. 

이 기관은 "빠르게 성장하는 파머징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인도산 저가 의약품으로 가격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현지 규제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입지를 다지기 위한 대응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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