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놓고 찬반 '팽팽'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놓고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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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오너 일가 견제해 지배구조 개편 가능"
반 "정부 경영 개입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5월 30일 제 3차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 삼성증권 사태 관련 경과 및 조치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5월 30일 제 3차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 삼성증권 사태 관련 경과 및 조치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오는 7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고객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재벌이 중심인 기업에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입 필요성이 개진되는 반면, 막대한 자금을 토대로 정부의 필요에 따라 경영에 개입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는 처음에 금융개혁 수단이었으나 지금은 정부 입맛에 맞는 기업개혁 수단으로 흘러 자칫 연금 사회주의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2대주주로서 △공개적 우려 표명 △공개 서한 발송 △경영진 면담 등 공식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기업에 대해 의결권 찬반, 배당 확대 등 제한적인 의사만 표현했을 뿐 공개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며 개입한 적은 없었다. 사실상 7월 도입할 스튜어드십 코드의 전초전인 셈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 이후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폭로가 이어져 한진그룹 전체로 논란이 확산된 상황이다. 이후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폭락을 거듭하며 불과 한달여 만에 시가총액이 총 6조1802억원(4월11일)에서 5조7805억원(5월 31일)으로 3997억원(6.47%) 감소했다.

국민연금은 측은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한항공 경영진이 의미있는 조치들을 시행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바란다"며 요청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경영참여를 통해 과도하게 집중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취약한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바꿀 수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토론회에서 권순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서 기업에 대한 시장과 제도의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른 오너 리스크와 주주들의 손실 때문에 이 규칙(스튜어드십코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월말 기준 623조원을 운용하고 있고, 국내 298개 기업의 지분을 5% 이상씩 보유하고 있다. 바꿔말하면 주요 재벌 기업을 손바닥에 올려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영향력으로 인해 오히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경영에 개입해 입맛에 맞게 기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칫 정부가 국민연금을 민간기업의 통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을 받아 찬성표를 던진 전적이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들어두고도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무산될 걸 우려해 포기했다.

국민연금 사례는 아니지만 올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KT&G의 경영에 개입해 사장교체를 시도한 사례도 있다.

모두 정부 당국의 정책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오너의 지배력이 약화되면 주인없는 회사들처럼 운영되면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초안을 만든 뒤 공청회를 거쳐 오는 7월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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