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이 길 막는다고 헐어 버리나'-조흥銀 허흥진 노조위원장
'남대문이 길 막는다고 헐어 버리나'-조흥銀 허흥진 노조위원장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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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구호만 외치는 시기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은행의 발전상을 구상해야 합니다.

올 2월 취임한 조흥은행 노동조합 허흥진(42·사진) 위원장은 조흥은행 매각 문제와 관련해 요즘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인물 중 한사람이다.

허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초 전체 조합원 직선제를 통해 노동조합 위원장에 선출됐는데, 별다른 노조활동 없이 바로 위원장의 자리에 오른 것은 허 위원장이 이례적인 경우로 꼽히고 있다.

위원장 임기 총 3년 중 아직 반도 채 지나지 않아 허 위원장은 현재 조흥은행 매각이라는 큰 현안 문제에 봉착해 있다.

허 위원장은 정부 당국이 조흥은행을 헐값에 매각하려는데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히면서 오는 17일에 열릴 2차 매각소위에서 인수 대상자가 어느 쪽으로 결정되느냐에 상관없이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17일 구체적인 인수 대상자가 선정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되는 달리 이번 매각소위에서도 확적정인 결론이 내려질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 노조의 대규모 파업 일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허 위원장은 동대문이나 남대문이 길이 막힌다고 허물 수는 없듯이 105년 전 순수 민족자본으로 창업되어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 온 역사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다며 경영상태가 악화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년부터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가 독자생존을 약속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믿고 여기까지 배를 움켜쥐고 왔다. 전 직원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루었는데 이제 와서 민족은행이 외국계 투기 펀드 회사로 넘어가 버린다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지난 10월 23일부터 본격적인 조흥은행 매각 반대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정치계와 학계 인사, 시민단체, 언론 종사자들을 접촉하면서 조흥은행 노조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이 정당함을 알리는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 대표들로부터 노조측 입장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정부에 반대하는 공식 성명서를 받아냈으며 한국노총과의 연대 구축을 통해 지난 11월 한달 동안에만 무려 두 차례의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바 있다.

또한 허 위원장은 국내 노동조합의 움직임을 격렬하다고 보는 외국의 시각을 변화시키고자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그야말로 국내 노동 운동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금융 노동계의 거목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노조의 입장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국민들이 이해를 해주시는 것 같아서 많은 힘이 된다며 국민의 혈세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시중 대부분의 은행들이 외국 소유로 넘어가 버린 상황 속에서 마지막 바라건대 모든 국민들이 우리만의 민족성을 느낄 수 있는 기금 지키기에 굳건한 지지를 보내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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