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국토부···진에어를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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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사실상 지배' 여부가 핵심
사진=진에어
사진=진에어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으로 진에어가 면허 취소 위기에 놓였다. 검·경과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는 사이 국토교통부는 한 달 넘게 고민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충분한 법리적 근거 없이 무리한 제재를 결정해도 문제, 처분을 내리지 않아도 ‘재벌 봐주기’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진에어에 대한 부실 감독으로 이미 한 차례 비판을 받은 국토부는 현재 장관 지시로 내부 감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국토부의 결정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외국인인 조 전 전무의 사실상 지배 여부가 면허 취소 여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조 전 전무의 등기임원 재직이 항공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되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 세부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부서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 "제재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으며 결정된 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최근 법무법인 광장을 포함해 로펌 3곳에도 법리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광장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조사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부처에서 발표를 하지 않는 이상 언급을 하는 건 조심스럽다"면서 "일부 매체에서 '행정처분이 어렵다'고 보도된 내용은 우리 쪽에서 공식 표명한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항공법에는 외국인이 국적항공사의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미국 하와이주에서 태어난 조 전 전무는 미국 국적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진에어는 2008년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았다. 법인 등기에 '미합중국인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라는 이름으로 기재된 조 전 전무는 2010년 3월 26일부터 2013년 3월 28일까지는 기타비상무이사를, 2016년 3월 28일까지는 사내이사직을 맡았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외국인이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사를 소유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2016년 당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등기 임원 임기 만료 시 조 전 전무를 재선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지배권 행사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조사를 통해 조 전 전무가 실질적으로 지배권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고, 지배력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낼 경우 면허 취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순 외국 국적이라는 사실로는 과거 위법 행위에 해당됐을지라도 실질적인 행정 제재로는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법무법인 이로 대표 박병규 변호사는"“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들만으로 과거 항공법과 개정된 항공사업법, 항공안전법에 적용해 따져봤을 때 단순 외국 국적자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외국인이 회사 주식 2분의 1이상을 소유한다거나 법인 등기상 임원 수의 2분의 1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혹은 주식 소유분이 2분의 1은 아닐지라도 사업을 사실상 지배할 경우에 해당하면 면허 취소의 여지가 있다"면서 "구 항공법 제 129조에 의거, 114조 각 호에 하나 이상 해당된다는 사실을 국토부가 구체적으로 밝혀낸다면 필요적 면허취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항공운항과 A 교수는 "결격 사유가 있다면 면허 취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면허 취소 결정이 날 경우 고객 편의를 포함해 국제적 평판 문제 등 국가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면서 "여론으로 몰지 말고 위반한 부분이 있다면 국토부가 적정 선에서 균형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 항공법과 최근 개정된 항공사업법, 항공안전법은 내용상 거의 동일하다. 올해 1월 1일자로 시행된 항공안전법 제 10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외국정보 또는 외국의 공공단체 △외국의 법인 또는 단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의 경우 항공기 등록을 제한한다. 외국인이 법인 등기 상 대표자이거나 외국인이 등기 상 임원 수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도 항공기의 임차 혹은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진에어의 대주주는 지분 60%를 소유한 지주사 한진칼이다. 2013년 8월 기준 한진칼이 지분 100%를, 2011년 5월에는 대한항공이 100%를 소유했다. 한진칼의 지분을 살펴보면 지난달 기준 조양호 회장이 17.7%를, 조 전 전무가 2.3%를 보유 중이다. 조 전 전무는 등기이사에 재직 중이었던 지난 2015년 5월에는 2.5%를, 2013년 10월 기준으로는 1.08%를 보유했다. 

지난해 8월 9일 개정한 항공사업법 제 28조에 따르면 항공 사업자가 제 1호부터 20호에 적시된 내용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면허가 취소되거나 6개월 이내의 사업 전부 또는 일부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1·2·4·20호에 해당될 경우에는 무조건 등록이 취소된다. 
 
이 중 제 1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받거나 등록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항공사업법 28조 1호는 적시된 요건들에 대해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마치 충족하는 듯한 행위를 통해 면허를 받거나 등록한 경우"라면서 "만약 조 전 전무가 외국 국적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진에어가 면허를 취득했다면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항공사 면허 취소 논의라는 초유의 사태에 업계도 숨죽이고 지켜보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최근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각종 의혹으로 떠들썩한데 오너 관련 이슈와 진에어라는 회사 일은 분리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진에어 봐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다. 법인 등기에 조 전 전무의 국적과 '조 에밀리 리'라는 이름으로 표기돼 있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 회사와의 유착 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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