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트럼프의 공세, 어디까지 갈까
[홍승희 칼럼] 트럼프의 공세,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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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물론 중국과도 기 싸움을 이어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치`외교`군사적 압박뿐만 아니라 통상압박도 갈수록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철강 관세를 대폭 강화한데 이어 이번에는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명분으로 우방들에게까지 관세 폭탄을 안길 준비를 지시했다. 그 다음은 또 다른 어느 분야를 겨냥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트럼프가 이처럼 통상 분야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미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강과 달리 자동차의 경우 이런 압박의 결과로 자동차 생산시설들을 미국 내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어서 블루 칼러의 지지를 얻으리라는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도 물론 한 몫을 할 터다.

아마도 외교 측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과 효과적인 대 중국 견제, 경제 분야에서는 통상 우위 확보와 일자리 확대를 재선 전략으로 삼은 듯하다. 특히 통상 압력을 강화함으로써 대미 수출 규모가 가장 큰 중국에 대한 양면적 공격을 가한다는 이점 또한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더 까다로워 보이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보다 통상압력을 통한 경제적 이익추구가 미국으로서는 더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 한반도 문제는 적어도 밑그림을 깔아주고 있는 한국 정부가 있고 전 세계적 지지를 얻는 일이기도 해서 트럼프로서는 우아하게 레드카펫을 밟으며 나아갈 수 있는 반면 통상압력 확대는 우방을 포함한 전 세계적 거부감, 나아가 저항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다.

아마도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식 통상정책에 대해 찬반이 나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미국우월주의의 부활 등을 기대하는 저소득층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얻을 것이나 장기적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보는 지식인층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블름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 주니어는 트럼프가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한 나머지 보호무역주의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따라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재벌로서 일본의 미국 침공을 지켜본 트럼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식의 실패한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섹의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의 정책은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무역장벽을 쌓고 터무니없는 경기진작책을 남발하고 있으며 자산 버블로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일본의 80년대와 너무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일본 경제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꼽히는 그의 저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서 세계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를 통해 80년대 일본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경제를 혁신하는 대신 보수적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페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세가지로 요약한다. 세금감면, 강달러 포기, 개방 대신 폐쇄.

그러면서 폐섹은 트럼프가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야성을 깨우는 대신 실패한 일본식 전략을 답습한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관세를 내림으로써 무역장벽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증가시키며, 교육을 현대화함으로서 혁신을 증진시킨 것이 아니라 재정 및 통화정책 완화, 금융, 철강산업 등의 구제금융, 관세장벽 강화 등에 몰두했다. 그 결과 일본은 20년 후 거대한 빚더미 국가가 됐다. 일본은 저금리와 각종 경기 진작책을 썼지만 경기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나라의 빚만 갈수록 늘었다. 이로 인해 일본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됐다는 것이 페섹의 진단이다.

미국은 세계 102개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이 저축을 하지 않으면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 규모에만 골몰하고 있는 트럼프의 미국은 감세를 통해 미국의 재정적자를 확대시킴으로써 미국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을 장기 말로 여기는 트럼프의 미국에 안보를 의탁하고 있는 현재 우리는 통상압박에도 대응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정신 바작 차리고 스스로의 주인 됨을 자각해도 부족한 이때에도 여전히 이 나라 한쪽에서는 미국 다리 더 강하게 붙들지 않는다고 볼멘 소리하는 이들의 목청이 너무 크다. 그래서 트럼프의 미국을 더 걱정스럽게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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