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공동대표 '미호인터네셔널', 통행세 의혹에 문 걸어잠궈
이명희 공동대표 '미호인터네셔널', 통행세 의혹에 문 걸어잠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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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에스티로더 납품업체 있음에도 중간에 끼어들어
오래 전부터 한진 총수일가와 관련 있다는 소문 파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태일통상주식회사 소유 건물. 이 건물 201호에 미호인터네셔널 사무실이 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태일통상주식회사 소유 건물. 이 건물 201호에 미호인터네셔널 사무실이 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오는 28일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경찰 소환이 예정된 가운데 검·경찰과 관세청, 국토교통부 등 기관을 불문하고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전 방위로 옥죄고 있다. 폭언과 밀수에 이어 통행세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합세한 상태. 물 컵 하나에서 시작된 논란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도 확장되는 모양새다. 현재 공정위는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가 '트리온무역'이라는 업체를 이용해 대한항공 기내면세 납품 과정에서 통행세를 거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에 있다. 

최근에는 이명희 이사장도 '미호인터네셔널'이라는 회사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총수일가의 '비자금 저수지'로 이용되던 회사들에 당국이 칼끝을 겨누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복수의 회사들이 연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관련업계는 이들이 면세 유통 구조의 결함을 이용해 시장을 흔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미호인터네셔널 근방을 서성이는 이들은?

지난 4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면세점 전문지 '디에프(DF)뉴스'는 이명희 이사장이 '미호인터네셔널'이라는 업체를 통해 3남매와 동일한 방식으로 통행세를 거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파는 면세품 중 일부를 수입업체에서 직접 공급받는 대신 트리온 무역 등을 거쳐 납품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3남매뿐만 아니라 이 이사장도 동일한 방식으로 통행세를 가로챘다는 것. 보도가 나간 직후 <서울파이낸스>는 서울 역삼동 미호인터네셔널 사무실을 찾았다. 

해당 업체 사무실은 '태일통상'이라는 회사가 소유한 건물 201호에 위치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상 지하 1층~지상 4층의 건물로, 지하는 음식점, 1층은 점포와 주차장, 2층은 의원, 3~4층은 사무실로 기록돼 있다. 태일통상은 법인이지만 미호인터네셔널의 경우 개인사업장이다. 

태일통상은 1986년 이명희 이사장의 남동생 이상진 씨가 설립한 회사다. 현재 경영인은 이승준 대표지만 대주주는 이상진씨로 알려져있다. 대한항공에 넥타이와 슬리퍼, 담요 등을 납품하고 있다. 한 기업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도·소매업을 영위한다는 내용과 함께 에스티로더와 크리니크 등 화장품 면세 판매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어 기내면세를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건물로 들어가는 1층 현관문 (사진=김혜경 기자)
굳게 걸어잠근 건물 1층 현관문 (사진=김혜경 기자)

지난 10일 건물 1층 현관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우편함에는 대한항공 기내면세 잡지 '비욘드'와 한 법무법인에서 발송한 태일통상 임원임기만료 안내문, 청원유통 명의의 카드명세서가 꽂혀있었다. 청원유통도 이상진 씨 소유의 회사로, '태일캐터링'이라는 업체와 함께 대한항공 기내식에 사용될 청과류를 납품하는 업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현재 180여개의 회사가 기내물품 관련사로 납품을 하고 있다. 

태일통상 혹은 미호인터네셔널 사장과 전무 소유로 추정되는 볼보 차량 2대 (사진=김혜경 기자)

11일 오후 1시 30분 태일통상 혹은 미호 직원 소유로 추정되는 볼보 차량 2대가 건물 앞에 주차돼 있었다. 회사 사정에 밝은 한 주변인은 "해당 차량은 사장과 전무 소유"라고 귀띔했다. 

14일 오전 9시 25분께 검은색 세단 차량 1대가 건물 1층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중년 남성 한 명이 밖으로 나와 1층 현관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여기 직원이냐? 미호인터네셔널이라는 회사 아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 남성은 비밀번호를 누르다 말고 직원이 아니라는 말만 남긴 채 황급히 도망쳤다. 20분이 경과한 후 이 남성은 다시 건물로 접근해 기자를 힐끗 보더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비슷한 시각 건물 앞에는 사장 혹은 전무 소유로 추정되는 볼보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23일 오전 기존 볼보 차량 2대와는 다른 볼보가 건물 앞에 주차돼 있었다. (사진=김혜경 기자)
23일 오전 기존 볼보 2대와는 다른 볼보 차량이 건물 앞에 주차돼 있었다. (사진=김혜경 기자)

23일 오전 11시 40분께 건물 앞에는 기존 볼보 한 대와 새로운 볼보 차량이 보였다. 1층에서 택배를 수령하고 있는 또 다른 중년 남성에게 다가가 "미호 사무실 2층에 있다고 하던데 아느냐. 태일통상도 아직 있느냐"라고 묻자 "태일통상과 미호 둘 다 다른 곳으로 옮겼고, 본인은 여기 직원이 아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다시 몇 가지를 묻자 그 남성은 기자를 밀어낸 후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지난 10일자로 미호 측은 전화번호를 해지한 상태다. 태일통상의 경우 알려진 전화번호 2개 중 하나는 해지하고, 대한한공 기내면세점에 납품한 제품의 A/S를 위한 문의 번호는 남겨둔 상태다. 해당 번호로 전화해 "사무실 역삼동에 아직 있는 것 맞느냐"라는 질문을 하니 "전화 끊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 원래부터 유명했던 미호인터네셔널 

윤호중 의원실에 따르면 미호인터네셔널의 대표는 임동재 씨로 2003년 4월에 설립됐다. 이후 2011년 미호인터네셔널에 임동재 대표 외에 이명희 이사장이 추가되면서, 업종도 도매 및 소매업에서 중개무역 사업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에스티로더 브랜드 제품을 기내면세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현재 국내 면세점에 에스티로더 브랜드 제품을 제공하는 업체는 프랑스 본사가 공식 인증한 '엘코잉크' 한국지점 면세사업부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엘코잉크가 대한항공 기내면세에 직접 납품하는 것이 아닌 미호인터네셔널이라는 중간 업체를 한 번 거쳐서 공급하고 있다. 

트리온무역 등 관련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최초 제보한 A씨는 "대한항공 기내면세 스카이샵은 미호를 통해서만 에스티로더 브랜드를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명희 이사장이 해당 업체 대표라는 것도 서울세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들은 해당 업체가 한진그룹과 연관 있다는 말이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미호인터네셔널이 대한항공 기내면세에 물품을 제공하고,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무성했다"면서 "최근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통행세를 챙겨왔다는 의혹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 씨는 "업계에서 미호 등이 이른바 '대한항공 계열사'로 불리고 있는데 자회사라는 뜻이 아니라 '그쪽 계통' 혹은 '그 사람들' 회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1년 회사가 업종 전환을 하기 전부터 미호인터네셔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지한 지는 꽤 오래됐다"면서 "당시 서류상으로는 이명희 이사장이 대표가 아니었지만 과거부터 '그쪽' 사람들이 만든 회사라고 들었고, 이 이사장이 가장 많이 관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면세 관련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져 공정위에서 트리온 무역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들 자료를 모두 가지고 갔다"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인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한진그룹 통행세 관련해 조사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호인터네셔널을 포함, 다수 기업이 연관돼 있는지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면세 유통구조 흔드는 한진 오너일가

업계 일각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제기된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007~2008년 중국인의 한국 면세점 구매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대부분 일반 관광객이 아닌 전문 업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본사에서 국내 면세점에 공급하는 물건보다 중국으로 건너가는 양이 훨씬 많아진 것. 이 즈음 한국관광공사의 면세점 민영화 이슈와 맞물려 민간이 본격 면세사업을 주도했다.

에스티로더 등 특정 고가 브랜드를 면세점에 납품하려면 본사에서 공식 에이전트로 인정받은 곳만 가능하다. 그러나 몇 년 사이 공식 에이전트가 아닌 병행수입업자들이 등장해 브랜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심화됐다. 결국 한진 총수일가도 이 같은 유통 구조의 결함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 D 씨는 "브랜드 공식 에이전트가 있는데도 특정 업체를 통해 물품을 전달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형태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 "실제 물류로 오간 것이 아니라 서류상으로만 처리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엘코잉크 노조 관계자는 "한 달 전부터 면세업계를 통해 미호인터네셔널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직원 복지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인지를 하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물어봤더니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접 기내면세에 제공할 수 있음에도 왜 그렇게 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사측은 계속 함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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