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금성을 LG로···'정도 경영' 유산 남긴 구본무 LG회장
럭키금성을 LG로···'정도 경영' 유산 남긴 구본무 LG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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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2월 22일 LG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본무 회장이 LG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LG그룹)
1995년 2월 22일 LG그룹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본무 신임 회장이 LG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LG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정도(正道) 경영'의 기틀을 다졌던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향년 73세로 별세했다. 20년 동안 그룹을 이끈 구 회장은 국내 재벌기업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 선진화와 투명 경영을 실천했고, 오늘날 LG의 기업문화인 'LG 웨이(Way)'를 정착시켰다. 인재를 중요시했던 그의 행보도 이 같은 경영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LG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맏손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4남 2녀 중 첫째로 1945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났다. 1975년 럭키(현 LG화학) 심사과 과장으로 입사해 첫 근무를 시작했고, 20여 년간 실무경험을 쌓았다.

1995년 2월 22일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은퇴하자 구 회장은 LG 제 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 회장은 취임 당시 30조원 규모였던 그룹 매출을 160조원 규모로 다섯 배 이상 성장시켰다. 이 중 해외매출은 10조원에서 110조원대로 열 배 이상 증가했다. 임직원 수도 약 10만 명에서 약 21만 명으로 2배 가량 늘어났다. 현재 8만여 명이 200여 개의 해외 현지 법인과 70여 개의 해외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구 회장은 LG 사업군을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개 핵심 사업군으로 구축해 경쟁력을 높이며 LG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이끌었다. 전기차용 배터리와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분야에서 한발 앞선 미래 준비를 실천했다는 평가다. 

그룹명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도 구 회장이었다. 럭키금성이 널리 알려져 있어 사내외 반대가 심했지만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 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판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조사를 통해 1994년 변경 작업을 추진했다. 

분산됐던 그룹 명칭과 이미지를 통합해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 구 회장의 주장이었다. 

또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배구조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로 인해 한 기업의 어려움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지주회사체제 전환 작업으로 지주사와 자회사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함으로써,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사업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하는 선진적 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 회장은 2005년 기업문화로 'LG 웨이'를 선포하기도 했다. ‘LG 웨이’는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 실력을 배양해 승부하는 정도경영의 행동방식을 뜻한다. 구 회장은 이를 모든 경영활동의 기본이자 LG를 상징하는 기업문화로 뿌리내리고, 비전을 구성원들에게 제시했다. 

아울러 영속기업의 해답은 R&D와 인재라는 신념으로 우수 인재 확보에 솔선수범하는 모습도 보였다. 구 회장은 'LG 테크노 콘퍼런스'에 참가해 석·박사급 인재들을 직접 만나고, 회장 취임 해인 1995년부터는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글로벌챌린저'를 실시하기도 했다. 서울 마곡지구에 융복합 연구단지인 'LG 사이언스파크'를 완성시키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기울였다. 

구 회장은 지난 2001년 신년사를 통해 "미래의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수익 창출이나 선진 경영방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인재"라면서 "본인은 LG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인재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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