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정부 눈치보기' 대표 사례 …'스튜어드십 코드' 민간기업 장악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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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2대주주...지배력 강화 위해 기재부와 의견 교환
은행 본연 역할보다 정부 눈치보기 급급 태생적 한계
IBK기업은행 전경 (사진=박시형 기자)
IBK기업은행 전경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책은행 기업은행은 민간기업인 KT&G의 2대주주. 기관투자자(기업은행)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취지인 스튜어드십 코드가 민간 기업을 정부 뜻대로 장악하려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의 '스튜어드십 코드'였던 KT&G 경영참여가 사실상 정부 눈치보기에 불과한 대표 사례로 낙인받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2월 KT&G에 대해 2대 주주 자격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등 경영참여를 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단순히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에 기여해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당시 기업은행 관계자는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이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KT&G의 주주가치가 제고되고 투명한 경영이 이뤄져 자산을 맡겨준 고객들에게 좀 더 많은 이익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와 해당 내용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말경 'KT&G관련 동향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정부의 사장 선임과정 개입은 불가능. 다만 기업은행을 통해 사추위(사장추천위원회)의 투명·공정한 운용 요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2018년 2월2일까지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KT&G측에 정관상 추가선임 가능한 이사 2인을 사외이사로 충원 요구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활동 사항도 포함됐다.

기재부는 해당 문건에 대해 "해당 문건은 담배사업을 관리하는 출자관리 담당자가 담배사업법 적용대상 기관인 KT&G의 경영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은행 등에 문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 역시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이사회를 통해 KT&G 지분 장기보유를 결정했다"며 "기재부가 그 배경을 물어왔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전달한 것 뿐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업은행을 통해 KT&G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라며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KT&G는 정부 소유에서 완전 민영화된 기업이다. 그러나 담배 생산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담뱃세 등 국가 정책과 직접적으로 닿아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KT&G를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백복인 사장의 연임 등으로 인해 정부 영향력이 약화될 우려가 나왔고 기업은행이 발벗고 나서 사외이사 추천을 통해 그를 견제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문건을 보면 "사장 연임선언 및 현 사외이사(6인)들이 백 사장 인사들로 구성"됐다며 "사추위에서 현 사장을 재신임 및 단독후보 추천 가능성 높음"이라고 기록됐다.

이를 막기 위해 "기업은행이 주주권을 행사해 비공개인 사추위원 명단과 향후 진행절차-논의결과 등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업은행의 KT&G 사외이사 추천 배경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 확보보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 이유가 더 컸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사외이사 추천 안건은 지난 3월 1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 추천이 부결돼 경영진과의 접점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주주로서 의견을 제안할 방법이 없어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이 은행 본연의 역할보다는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전 정부에서 추진되던 성과연봉제를 즉각 폐지한 데 이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정규직 전환의 경우 정부 눈치를 보면서 정규직과 동일한 급수 체계를 적용했지만 실상은 전환 직원에게 새로운 호봉제를 부여해 형식만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경우 정부가 지분 51.81%를 갖고 있고, 행장 임면(任免)권도 대통령에게 있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김도진 행장이 내부출신 인사라 하더라도 정부가 원하는 바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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