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1분기 실적 '멈칫'···2분기는 살아날까?
정유 4사, 1분기 실적 '멈칫'···2분기는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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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에 민감한 정유시장 특성상 예단하긴 아직 일러"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최근 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을 마지막으로 1분기 정유 4사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업체 불문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정유 부문 실적 하락이 전체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 각 업체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 수 하락했다.

현재 정제마진이 상대적으로 상승 추세라는 점은 향후 2분기 실적 호재로 꼽히고 있지만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과 경제 제재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달러 강세 현상,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 등의 변수가 산적해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어난 12조166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7116억원으로 29.1% 줄었다.

다른 업체 사정도 비슷하다. 업계 2위 GS칼텍스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7조7953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은 2807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4.4%, 11.6% 감소한 2555억원, 31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재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4년 만에 70달러 선을 돌파했고, 브렌트유는 80달러 선을 앞두고 있다. 

국제 유가와 국내 기름 가격이 동일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국내 업체들은 국제 유가가 아닌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 가격과 환율을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국내 업체들의 석유 판매 기준선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비 등의 값을 뺀 마진을 뜻하며 정유사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8.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현재 정제마진 변동 추이를 봤을 때 상대적으로 하락 추세지만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가 상승기에서 정제마진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실제 지표상으로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면서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봄철 정기보수에 따른 가동률과 환율 등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제마진이 지난 2~3월 중순에 비해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2분기 실적 호재로 꼽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남은 2분기 내내 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와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으로 정유시장은 항상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나쁘지는 않지만 남은 기간 동안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유가가 뛰면 정제마진이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달러 강세 현상 등 상황이 녹록치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히 정유시장은 예측이 어렵다"면서 "지난 2015년 말 유가가 40~50달러 하던 당시 미국 에너지청에서 60~70달러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 한 달도 안 된 2016년 1월께 20달러대 후반으로 추락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유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업체들은 과거부터 윤활유와 석유화학, 석유개발 등 비정유부문의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현실적으로 국제 유가 변동에 대비한 대책을 바로 내기는 어렵기 때문. 사업의 다각화로 수익성을 메우는 방향으로 대응 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부문의 비중을 줄인다기보다는 비정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지난 1분기처럼 실적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비정유 부문을 통해 커버를 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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