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삼성전자, 뜨거운 '개미' vs 차가운 '큰손'
'국민주' 삼성전자, 뜨거운 '개미' vs 차가운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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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거래일 만에 종가 4만 원대 '뚝'…外人·기관 9500억원 순매도
공매도 최대·거래규모 '제자리'…하반기 호실적 등에 상승 여력  
액면분할 후 삼성전자의 추가 추이.(네이버 캡쳐)
액면분할 후 삼성전자의 추가 추이.(네이버 캡쳐)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 직장인 김 모 씨는 자신의 월급을 다 털어도 1주도 살 수 없었던 삼성전자의 주식을 최근에 매수했다.  '50분의 1'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이 5만3000원으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재거래일인 지난 4일 삼성전자의 주식 30주를 159만 원에 사들였지만, 이후 주가 내리막에 울상이다.  

증시에서 거래된 지 43년 만에 액면분할을 단행, '황제주'에서 '국민주' 대열에 오른 삼성전자가 시장의 관심을 뒤로하고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지만, '큰손' 외국인과 기관은 차갑게 외면하고 있다. 유동성 증가로 단기적 호재가 될 것이란 당초 전망이 무색한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장 대비 650원(1.32%) 오른 4만9850원에 마감,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장에 무너졌던 5만 원선 탈환에는 실패했다. 액면분할 뒤 거래가 재개됐던 지난 4일 기준가(5만3000원)과 견줘서는 근 6% 떨어졌다.  

이 기간 개인들이 삼성전자의 주식 1조 원가량 사들이며 꾸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면 '큰손' 외국인(-1560억 원)과 기관(-7970억 원)이 총 9530억 원어치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관은 주가가 비싼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참여가 적었던 개인의 매수가 커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여기지만, 남북 문제 등 변화가 많은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을 늘려가려면 새로운 호재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은 액면분할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매도의 타깃이 되면서 주가 부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삼성전자에는 341만8595만주의 공매도가 몰렸고, 거래대금은 1693억 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1일에는 244만549주의 공매도가 발생, 공매도 비중만 25.6%에 달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 비중이 20%를 넘어선 건 지난해 3월13일(26.4%) 이후 약 1년여 만이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이번 액면분할로 삼성전자의 액면가는 기존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든 대신, 주식 수는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50배 늘었다. 저렴해진 주식에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거래량이 증가해 단기적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이러한 전망이 엇나간 셈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1개월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외국인 매도가 증가하면서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액면분할 이후 개인투자자로의 투자 기반이 확대되는 동시에 유동성 증가에 따른 공매도 비중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분할 직후 폭증했던 삼성전자의 거래 규모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날 삼성전자의 거래량은 1524만348주로 집계됐다. 이를 액면분할 전(주식 수 50배 증가 전)으로 산출하면 30만4806주다. 이는 분할 전 올해 하루 평균 거래량(29만4185주)과 비슷한 수준이다. 재상장 당일인 4일에는 거래량만 4000만 주에 육박했던 것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 액면분할 효과가 사라진 모습이다.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를 웃돈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2분기에는 예상을 하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뒷걸음질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5조7000억원으로 지난 달(16조4000억원)과 비교해 4.5%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시장의 관심이 남북경협주에 쏠리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모습이다.

황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연말 이후 실적 고점 논란으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고, 특히 2분기 실적 감익에 대한 가이던스로 매수세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이에 남북경협주나 바이오 등으로 개인의 매수세가 몰리는 경우 수급이 왜곡돼 변동성이 커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향후 양호한 실적과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주주친화정책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증권은 올 3분기 삼성전자는 전 사업부의 고른 실적 개선이 나타나면서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17조1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황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실적 전망치는 여전히 하향보다는 상향조정의 가능성이 크고, 주가 또한 하반기 개선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반도체에 대한 고점 논란과 함께 부진한 핸드폰·디스플레이에 대한 낮은 기대감을 감안하면, 하반기 호황과 향후 주주환원 개선 가능성은 충분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공매도 비율은 높지만, 실적 기대감이 유효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비율이 현재 수준만큼 높았던 과거 사례를 보면 오랫동안 지속하거나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공매도 비율이 20%를 웃돈 시점 후의 주가 추이를 보면 대부분 상승하거나 횡보했다"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벤치마크인 코스피와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 주가가 지수 수익률을 상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도 지속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실적 기대감이 유효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매도 비율이 높아진 것은 오히려 주가 수준이 바닥에 근접했음을 알리는 신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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