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부담금…강남 재건축 딜레마
'억' 소리 나는 부담금…강남 재건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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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줄이려 재건축 사업 변경·속도 조절
최근 시공사 선정을 마친 반포주공1단지 전경.(사진=서울파낸스DB)
재건축 부담금 체출을 앞둔 반포주공1단지 전경.(사진=서울파낸스DB)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부담금 폭탄'이 현실로 다가왔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부활 이후 부담금을 내게 될 첫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서초구 반포 현대아파트의 1인당 예상 부담금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포 현대의 경우 80가구밖에 되지 않은 소형 단지이고 조합의 수입이 되는 일반분양이 적어 부담금 자체가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막상 부담금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들은 사업 방식을 변경하거나 추진 일정을 늦추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지난 15일 반포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예상 부담금을 통보했다. 서초구가 통보한 금액은 조합원 1인당 1억3569만원으로 이는 당초 조합이 예상했던 850만원의 16배에 달한다.

조합과 구청에 계산한 부담금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준공 후 주변 시세를 예상하는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재건축 부담금은 종료시점(준공)의 주변 시세에 따라 부담금이 천차만별로 벌어지는데, 서초구와 조합이 입주 후 주변 시세를 서로 다르게 예측한 것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서초구청의 부담금 산정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초구청이 반포 현대 조합 측에 통보한 부담금이 국토부의 업무 매뉴얼에 근거해 적정하게 산정된 만큼 문제가 없다"라며 "재건축부담금은 정상주택가격분·개발비용을 모두 공제한 초과이익에 대해서만 환수 할 수 있으며 환수 범위도 최대 50%로 제한하고 있어 과도한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재건축부담금은 아파트를 준공할 때 가격(종료시점 주택가액)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때 가격(개시시점 주택가액)과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빼서 계산한다.

반포현대의 경우에도 정상주택가격상승분(연평균 4.1%)과 개발비용 401억원을 모두 인정해주고도 이를 넘는 초과이익이 조합원 평균 약 3억4000만원 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국토부는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초과이익 3억4000만원을 모두 재건축부담금으로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중 1억3569만원을 부담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 2억원의 초과이익은 조합원의 몫으로 돌아간다"며 "이번에 통지 금액은 예정액으로 향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경우 부담금의 규모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규모 단지에도 불구하고 부담금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앞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훨씬 더 많은 부담금을 낼 공산이 커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강남 4구 15개 단지의 재건축 부담금 추산해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을 4억4000만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때문에 연내에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강남구 대치쌍용 2차, 송파구 문정동 136 등 3곳도 재건축 부담금 제출 일정을 앞두고 있는 단지들은 패닉에 빠졌다. 이번 반포 현대 사례에 미뤄볼 때 반포3주구의 조합원 부담금이 가구당 3억∼4억원은 족히 나올 것으로 추산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부담금이 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할 것이란 발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강남권 재건축 조합 측에서 부담금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앞으로 시세가 크게 오를 경우 향후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은 1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방식이나 추진 일정을 늦추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는 이달 중 마무리하려던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개포주공6·7단지도 추진위 설립을 연기했다.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을 포기하는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개발이익을 줄여 재건축 부담금을 최소화하고, 재건축 사업 후 시세 상승을 노리겠다는 의도이다. 올해 들어서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 강남구 압구정동 특별계획 3구역, 서초구 반포동 강남원효성빌라,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 등이 1대 1 재건축을 추진한다고 결정했다.

강남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강남권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될 경우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해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는 등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담금 폭탄에 재건축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재건축 부담금이 첫 타자부터 억을 넘겼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이 크지 않았던 반포 현대가 그런 만큼 앞으로 다른 일명 인기 높았던 재건축 단지들의 부담금은 불 보듯 뻔하다"라며 "이번 재건축 부담금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는 역할이기도 한 만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거래 위축과 그에 따른 가격 조정은 이번 재건축 부담금 등으로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한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정부가 투입한 세금으로 만든 교육, 문화, 교통 등 기반시설로 생긴 불로소득을 부담금 형태로 환수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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