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은행고시' 부활…취준생 '멘붕'↔학원가 '기대감'
10년 만에 '은행고시' 부활…취준생 '멘붕'↔학원가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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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고시 난이도 높아질 가능성↑
학원가, 교재·강의개설 물밑작업
지난해 9월 진행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참가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지난해 9월 진행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참가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은행원을 지망하는 취준생 박모(28)씨는 올 상반기 은행들의 채용이 풀린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자기소개서 등 입사지원서는 이미 갖췄지만 올해 부활한다는 필기시험이 문제였다. 시험 난이도나 교재, 기출문제 등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 채용 시즌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박씨는 각종 고시나 자격증 학원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은행권 채용필기 시험인 일명 '은행고시'가 10년 만에 부활할 조짐을 보이면서 에듀윌, 공무원단기학원(공단기), 윌비스와 같은 전문 교육업체들이 은근한 기대감에 차있다. 금융권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은행에 입행하기 위한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일부에선 은행고시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필기시험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은행이 채용 때 필기시험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 골자다. 권고사항이지만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은 은행들이 채용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부분 필기시험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고시에 대비하기 위한 취준생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취업정보가 오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은행고시가) 어떻게 출제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필기시험 교재나 기출문제를 공부할 만한 인터넷강의를 추천해달라" 등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필기시험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 보니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를 찾는 취준생도 많아졌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이미 필기시험을 운영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필기시험을 재개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의 필기시험의 경우 경제, 금융, 일반상식 등을 묻는 객관식, 단답형 문제가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까지의 필기시험은 국제경제, 외환, 파생상품의 손익구조 등 최소한의 자격을 가리기 위한 성격이 컸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은행권에 도입될 필기시험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관리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둘 것으로 보이면서 난이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필기시험이 채용당락을 결정하게 되는 만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난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더 유능한 인재를 찾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금융권 A매치(공기업 공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각종 자격증과 공공기관 채용시험 전문 교육업체들은 이미 은행고시에 대한 교육계획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 하반기부터 전 은행이 공통적으로 필기시험을 정례화할 것으로 보여 은행 필기시험 문제집 출간은 물론 인터넷강의 개설도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업성 등으로 은행이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만큼 취준생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전망되서다.

교육업체 관계자는 "이미 NCS에 대한 정보는 누적돼 있다"며 "올 상반기 필기시험을 치른 은행들의 문제를 바탕으로 하반기 본격적인 은행고시 교육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채용이 몰릴 경우 준비와 관련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작용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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