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쿼터 '합의' 뒤 숨겨진 곡소리
철강 쿼터 '합의' 뒤 숨겨진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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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협회 "관계 기관 협조 필요했지만 복잡한 부분 있어"
산업부 "쿼터제 본질적 문제…오픈 쿼터로 최대한 배려"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철강업계 '뜨거운 감자'였던 대미(對美) 수출 철강 할당량(쿼터) 배분 합의가 마침내 마무리됐다. 회의를 주최한 철강협회는 업체들의 적극적인 양보 덕분에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합의가 아닌 통보 성격에 가까웠다는 점과 개방형(오픈) 쿼터 기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신규 진입을 앞둔 중견·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예상했던 결과'였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서 이목이 집중된 품목은 판재류보다는 강관류다. 특히 유정용강관(OTCG)과 파이프라인 부문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 합의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발표만 보면 물량을 70%로 감축하는 쿼터제 적용에도 불구하고 나름 '원만한 합의'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중소 철강업체 관계자는 "거의 통보에 가까운 합의였다"면서 "회의에서 몇몇 대형사들은 쿼터 배분을 두고 자신들이 여태껏 수출을 해온 대가라는 식의 발언을 하거나 신규 혹은 중소업체들을 겨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에서 관련 일정을 통보 받은 것이 아니라 타 업체 실무자를 통해 알게 돼 뒤늦게 회의에 참가했다"면서 "과거 대미 수출 실적 유무에 따라 연락을 한 것 같지만 완전 영세한 업체도 아닌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민감 품목 중 하나였던 OTCG의 경우 강관 3사의 입김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OTCG 부문은 합의 결과 기본형 95%와 개방형 5%로 결정됐다. 

이 관계자는 "신규 진입 업체들의 경우 폐쇄형에 포함되면서 가장 적은 쿼터를 받아간 기존 기업들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수출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면서 "당초 정부에서는 강관류에 좀 더 높은 수준의 오픈 쿼터 기준을 도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진입 업체와는 달리 기존 대미 수출을 해온 기업들은 합의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업체 입장에서는 원래 수출 물량이 줄었기 때문에 오픈 쿼터 물량 배정이 불만이긴 하지만 정부 정책이라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만약 오픈 쿼터에 신규업체 신청이 없을 경우에는 기존 업체들이 나눠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진입 업체의 이 같은 목소리에 협회는 최대한 많은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언급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외에도 이번 사안에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들을 파악하기 위해 관세청 협조가 필요했지만 사실 좀 복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수출승인 업무를 진행하면서 아직까지는 업체 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불만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수출 물량을 70%로 제한한 쿼터제의 본질적인 문제지 쿼터 배분 기준에 대한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1800여개의 철강기업 중 이번 품목별 논의에 참가한 업체는 40여개 정도 되는데 이 업체들이 대미 수출의 9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안내를 지속적으로 해도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뒤늦게 알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업체들을 위해 개방형 쿼터를 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정용강관 배분 기준의 경우, 기존 업체들이 100에서 95를 해왔기 때문에 95%를 배정하고, 신규 진입 업체들에 5%를 배정한 것이지 신규업체들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수출 물량 70% 제한으로 모든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픈 쿼터를 더 개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쿼터제 실시로 국내 강관류 시장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출하 경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철강 생산량을 늘려온 대형사들은 생산 라인을 가동하기 위해 원가에 맞는 물량을 생산해야 한다"면서 "대미수출 자체가 줄어들면서 그 물량이 국내로 들어올 경우, 중소업체들은 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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