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오는 15일 경영복귀 1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2016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지 4년 만인 지난해 5월 17일 수원 광교신도시 CJ그룹 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모습을 드러내며 경영복귀를 알렸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 일성은 "경영에 정진해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오너 부재 리스크를 떨쳐내며 침체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회장 경영복귀 후 CJ그룹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지배구조 단순화,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CJ그룹의 지난해 누적 투자액은 1조5652억원으로 전년 1조272억원보다 23%(2929억원)증가했다.
특히 CJ대한통운 투자액은 4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2억원 급증하며 그룹 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CJ대한통운 투자액은 1560억원이었으나 이 회장 복귀 이후 하반기에만 3000억원 확대됐다.
이어 CJ제일제당의 투자액은 4451억원으로 전년대비 1392억원(45.8%) 증가했다. CJ 헬로비전(631억원), CJ CGV(196억원), 한국복합물류(62억원) CJ오쇼핑(59억원) 등순으로 투자액이 높았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 1개월 만에 1조원 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잇달아 인수합병(M&A)과 사업구조 재편을 발표하고 이를 실행했다.
CJ제일제당은 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 짓고 2020년까지 충북 진천에 54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구축했다. 해외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고(高)단백 소재 업체인 브라질 셀렉타(Selecta)를 3600억원에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또 기존 바이오, 생물자원, 식품, 소재 등 4개 사업부문을 바이오와 식품으로 통폐합했고, 올해 2월 CJ대한통운 지분 20.1%를 추가 확보함으로써 단독 자회사로 전환했다. CJ대한통운은 CJ건설을 합병했고 CJ 오쇼핑과 CJ E&M은 오는 7월 1일 자로 합병한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사업이 중단됐던 K-컬처밸리 사업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관계 당국의 인허가 문제로 애초 5월 예정된 테마파크와 상업시설 착공이 연기돼 사업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편 이 회장은 현재까지 지주사 CJ를 비롯해 CJ그룹의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등기이사는 회사의 경영활동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아직 건강이 완전하지 않은 이 회장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재계 일각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그레이트 CJ'와 '2030월드베스트 CJ'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경영목표를 제시하며 강력한 경영 의지를 보이고 등기이사 등재는 책임경영과 직결되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등기이사에 오를 것으로 재계는 관측한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 2030월드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을 달성하겠다는 CJ그룹의 장기비전이다.
CJ그룹 관계자는 "휠체어 등 보조기구 없이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많이 좋아진 상태"라면서 "앞으로 활발한 경영활동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