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바지유니폼'은 구색 맞추기?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바지유니폼'은 구색 맞추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발적' 바지 신청률 저조해 의무지급 못한다는 회사
"박삼구 회장도 문제지만 내부 조력자들이 더 문제"
아시아나항공의 A33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A33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013년 3월 인권위의 시정명령 후 승무원에게 바지 착용은 허용했지만 여전히 의무로 지급하지 않고 있어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할 승무원들에게 외모만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신청이 저조하다며 바지 모양이 예쁘지 않아 승무원들이 꺼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너인 박삼구 회장과 그의 눈치를 보는 조력자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바지 유니폼은 결국 구색 맞추기로 전락했다는 것이 내부의 목소리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타 항공사들은 신규 승무원이 입사하면 치마와 바지 유니폼을 의무로 지급한다. 신규 항공사인 에어서울을 제외한 대한항공과 저가항공사들은 두 가지 유니폼을 입사 시 의무지급 하되 추가 구매는 회사가 제공하는 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인권위원회 시정 이후 바지 착용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개인이 따로 신청을 해서 구매해야 한다. 몇몇 항공사들이 두발 자유 등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동안 수년째 바지 착용조차 회사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동종업계에서도 타사에 비해 머리 모양이나 복장에 보수적인 기준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호불호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그쪽 직원들이 유독 불만을 제기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겠나"고 말했다.

바지 유니폼은 의무지급이 아니다보니 직원들은 현재도 회사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전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었던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비례후보는 "3000명 중 10명 정도만 바지를 신청하는데 그나마 조합원 중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는 사람만 입고 다닌다"면서 "정말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입고 다니는 승무원은 1~2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바지 신청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오히려 직원들이 원하지 않아서라고 해명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몇몇 승무원에게 왜 바지를 신청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예쁘지 않아서 한 번도 신청한 적 없다'고 하더라"면서 "다른 항공사에 비해 상의 자켓 길이가 짧기 때문에 바지가 어울리지 않아 치마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정한 이미지를 추구하자는 내부 분위기는 있지만 타사에 비해 유니폼 규정은 유연한 편이기 때문에 바지 희망자는 언제든지 신청해 자유롭게 착용 가능하다"면서 "신청률이 낮아 운영상 일괄지급 하는 것보다는 신청자에 한해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 의무 지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원들이 오히려 바지 유니폼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그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므로 문제없다는 것.

그러나 회사 내부에 스스로 바지를 기피하도록 만드는 분위기가 예전부터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권수정 후보는 "사실 바지를 받아놓고도 못 입는다는 이야기를 후배들로부터 꽤 자주 듣는다"면서 "신청을 하는 순간 담당자로부터 '진짜 입을 거냐' 혹은 '정말 바지 신청했니'라는 식의 뉘앙스가 담긴 말을 듣거나 전화로 압박을 받기 때문인데 이같은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원래 긴 상의에 맞는 바진데 짧고 허리선이 들어간 자켓에 맞췄으니 균형감도 떨어지고 허리를 숙일 때도 불편하다"면서 "오죽하면 세탁소에서 바지를 빌려 입는 직원도 있겠나"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바지를 허용한 공항서비스직의 경우 상황은 승무원보다 나은 편이다. 승무원과 지상직의 바지 유니폼을 비교해보면 색과 디자인은 다르지만 재질을 똑같다고 한다.

현 공항서비스직 직원인 아시아나항공노조 간부는 "노조에서 바지를 허용해달라고 항의해 지난해 하반기가 되어서야 바지를 입게 됐지만 이쪽도 의무 지급이 아니라 개인이 구매해야한다"면서 "그나마 지상직은 자유롭게 입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캐빈 쪽은 바지를 입으면 노조로 찍혀서 회사에 밉보인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현재도 공항 근무 중 승무원들 지나가는 것을 보면 여전히 바지 입는 분들이 드물다"면서 "바지가 상의 재킷과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회사에서 인지하고 있다면 상의 길이라도 늘려주면 될 것 아닌가"고 덧붙였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특유의 내부 문화는 오너와 중간관리자들의 자발적인 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권 후보는 "최고 경영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미투 운동 전에도 박삼구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회사를 방문해 승무원들에게 신체적 접촉을 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중간 관리자들은 머리가 짧거나 바지를 입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박 회장이 오는 시간에 마주치지 않도록 출근을 못하게 막기도 했다"면서 "회장의 취향을 맞춰서 제공한 조력자들이 있었고, 이들이 현재 문화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나노조 간부도 "타 항공사는 두발자유화도 시행하는데 아시아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면서 "바지를 입으면 회사에 밉보인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입사 시 바지 의무지급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