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윤석헌, '협력 강화' 뒤 물밑 '주도권' 다툼
최종구-윤석헌, '협력 강화' 뒤 물밑 '주도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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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취임식서 "금융감독 충실한 이행 위해 당당하게 소통하겠다"
최종구, 기자간담회서 "금감원, 금융위 설치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협력 강화'를 내세우면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보이지 않는 공방을 주고 받았다.

10일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9일 25분간 이어진 상견례를 통해 '협력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정부의 철학과 정책의 취지, 정책환경 변화 등에 대해 잘 이해하는 만큼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윤 신임 원장 역시 "최 위원장이 두 조직에 대해 해박하게 알고 있으니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싸움은 이미 시작된 뒤였다.

윤 원장은 지난 8일 진행된 취임식에서 "금감원을 둘러싼 외부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이 흔들렸다"며 "환영받기 힘든 일이지만 금융감독 역할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당당한 목소리로 금융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위의 산하기관으로 취급 받으며 정부와 금융위의 뜻에 따라온 것을 비판하며 이젠 소신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윤 원장은 앞서 여러 논문들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가진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감독 기능은 감독기구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금융위 해체에 대해 얘기해왔다.

다만 취임식 당일에는 "우선 주어진 틀 안에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감독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것"이라고 해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최 위원장의 반격은 상견례 직후 이뤄졌다.

그는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원장이 주장해 온 감독체계개편에 대해 "정부 조직 개편과 맞물린 문제라 금감원장이 새로 오셨다고 해서 이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금융위 설치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라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어떻게 선이 그어지겠나"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금융위가 상위기관임을 강조했다.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이 선을 긋는다기보다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말은 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내용을 공표한 걸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위원장은 "사전통지는 금감원이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금감원이 사전통지 사실을 공개해도 되는지 등의 문제는 사건이 끝난 후 별개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기관의 수장이 첫 공방을 주고 받자 금융권은 긴장했다.

당국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두 기관이 의견일치를 보이지 않으면 어느 쪽을 따라야 할 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이에게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 물어보는 격"이라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정책이나 감독에서 일관성이 없어 금융개혁은 커녕 금융회사들이 작은 사업 하나 추진하기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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