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만나 "재벌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현실에 맞추고 3년에서 5년 시계 하에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세종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삼성, 현대, SK, LG, 롯데 등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정책간담회를 하고 정부의 재벌정책 방향에 대해 "재벌개혁속도가 느리다는 비판과 기업을 거칠게 옥죈다는 비판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정책의 3대 축 가운데 두 가지다"라며 "공정경제 구축을 위해 공정위는 재벌개혁과 대·중·소 기업 간 불공정거래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혁신성장 분야에선 혁신적인 창업과 신사업 창출이 이어지는 활력 넘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큰 기업이 아니라 혁신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규제혁신 등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과 일감 몰아주기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재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지난 3월 외부전문가로 구성한 특별위원회를 열어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실체법과 절차법을 망라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재계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 현안으로 올해 정기국회에 법안 제출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재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달라"고 당부하면서 "재계에서도 토론회를 제안하면 공정위가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논의 중인 법안 중 지주회사, 공익법인,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관행에 직결되는 사안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들 사안은 아직 정확하고 종합적인 실태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분석을 마무리하고 결과가 나오면 재계도 공정위와 함께 해법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 모두를 심각하게 저해한다"면서 "기업도 일시적 조사나 제재를 회피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재계와 간담회 참석범위를 특정해 만나는 자리를 만들지 않되 개별적인 소통은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계와 소통은 계속해 나가되 특별한 일이 없다면 지금처럼 자주 재계와 만남 자리를 만들지 않겠다"며 "1년 후 정부 출범 2년 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다시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계에서 정부의 기업정책 또는 혁신성장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해 달라"며 "주제에 따라 참석범위를 달리하는 등 소통을 보다 내실 있게 이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재계와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삼성, 현대, SK, LG 등 4대 그룹을 만난 데 이어 5개월 뒤인 11월에는 현대차, SK, LG, 롯데 등 전문경영진과 정책간담회를 했다.
이날 간담회는 기업지배구조, 거래관행 개선 노력 등을 재계로부터 전달받고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위한 공정위의 정책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준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하현회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권혁구 신세계 사장, 이상훈 두산 사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