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철강 쿼터' 분배…매듭 어떻게 풀까?
갈 길 먼 '철강 쿼터' 분배…매듭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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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대미(對美) 수출업체 오는 14일부터 협회 승인 받아야"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대미(對美) 수출 철강 관세 폭탄을 피한 국내 철강업계가 수입 할당제(쿼터)을 둘러싸고 고민에 빠졌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는 피했지만 관세 면제를 대가로 양보한 쿼터를 두고 서로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빗겨갔지만 쿼터제 특성상 업체별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 쿼터 배분 기준 합의가 늦어지면서 현재까지 단 한 품목도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9일 정부가 수출입 고시 개정을 발표하면서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철강협회 주관 하에 각 업체들은 수차례 릴레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회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협의를 진행한 후 오는 11일 업체별 쿼터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11일에 업체별 쿼터를 확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날도 회의를 진행해보고 결정할지 보겠다는 것"이라면서 ”데드라인이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합의 과정을 우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3월 미국 정부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25% 추가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쿼터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국내 철강업체의 미국 수출량은 2015~2017년 평균 수출량(383만톤)의 70%인 268만톤으로 제한받게 된다. 이는 지난해 수출량 362만톤의 74% 정도다. 

발표 당시 쿼터제가 적용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5월 혹은 1월 소급 적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업계에서는 5월부터 시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일 미 정부는 쿼터 적용 시점을 올해 1월로 못 박았다. 소급 적용이 복병이 된 셈이다. 

철강업계 A사 관계자는 "당시 5월부터 실시될 것으로 봤는데 예기치 못하게 1월 1일로 소급 적용되다보니 대부분 업체들은 불안해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쿼터 조건도 70%로 줄었는데 소급 적용까지 겹쳐 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력 수출 품목에 따라 업체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철강업계 B사 관계자는 "수출 품목이 다양하거나 판재류를 주력으로 삼는 업체보다는 유정용강관(OCTG) 등 강관류 전문 업체들이 촉각을 더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아제강과 넥스틸 등 강관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C사 관계자는 "강관 주력 업체에 비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시장이 축소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쿼터 논의를 주시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특히 넥스틸의 경우 미국이 ‘번역 오류’를 빌미로 유정용강관 제품에 대해 폭탄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현재 회사는 충분한 증거가 없고, 관련 법규 위반을 이유로 미국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한 상태다. 

54개 품목 중 당초 쿼터 수량이 없는 부분인 2개를 제외하고 총 협상 대상 품목은 52개다. 이미 쿼터가 채워진 품목의 경우 9개 품목에서 해당 품목 2개를 제외하면 7개다. 현재까지 협상 완료로 쿼터 결정이 된 품목은 단 한 품목도 없다. 

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쿼터 분배 기준이다. 크게 폐쇄형과 개방형으로 나눌 수 있다.

폐쇄형은 과거 실적을 토대로 업체당 고정 쿼터를 할당하는 방법이다. 물량을 할당받지 못한 기업은 쿼터가 주어지지 않는다. 개방형은 미국이 한국 내 배정한 쿼터 기준 내에서 모든 업체들이 자유롭게 수출하는 방식이다. 즉 특정 업체에 할당량을 주고 제한을 하는 것이 아닌 전체량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는 것이 골자다. 

철강업계 D사 관계자는 "일각에서 지난 3년간 실적을 기준으로 쿼터를 할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 있는데 아마 다른 품목 반덤핑 사례를 참고한 추측일 뿐"이라면서 "심지어 몇 년을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기간을 토대로 쿼터 기준을 정하겠다는 부분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쿼터 배분이 늦어지는 부분에 대해 철강협회는 미국과 한국의 품목분류코드(HS코드)에 차이가 있다는 점과 관계 기관의 협조를 이유로 들었다.

협회 관계자는 "업체들도 HS코드를 잘 모르기 때문에 혼동을 막기 위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설명을 들은 각 사가 내부 회의를 한 후 협회 주관 하에 또다시 합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 회원사만 대상이 아니므로 대미 수출 업체를 파악하기 위해 관세청 등 관련기관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늦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철강 쿼터 시행에 따라 수출 제한 대상품목에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제품을 추가한 개정 수출입공고를 고시했다.

산업부는 쿼터 수출물량 관리를 위해 수출승인 권한을 철강협회에 위탁했다. 고시에 따라 14일부터 수출업체는 철강협회에 승인을 요청하고, 철강협회는 올해 남은 쿼터 물량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까지 업체별 쿼터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협회는 각 업체의 최근 3년 평균 수출물량의 70%를 기준으로 수출승인을 결정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회에 수출 승인을 위탁한다는 것은 테크니컬한 부분일 뿐 분배 기준과 업체별 쿼터 설정 논의와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쿼터를 초과한 수출을 방지하기 위해 쿼터 초과 여부를 협회가 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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