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캠프 '종부세 폐지카드' 꺼낸 까닭은?
李 캠프 '종부세 폐지카드' 꺼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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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과 전선형성, '국면전환용 카드'" 관측
대권가도 '첫 승부수'...민심보다는 '정치적'

[서울파이낸스 이재호 기자]<hana@seoulfn.com>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인 종합부동산세 존폐를 둘러싸고 이명박 대선예비후보와 청와대가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논쟁이 수순한 정책공방이라기 보다는 고도의 정치적 목적을 깔고 있는 의도된 전략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이 대선정국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소모적인 검증공방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물론, 정책 또는 공약으로서의 의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싯점에서는 대권가도를 질주하기 위한 정치적 측면에서의 '1차 승부수'로서의 의미가 더 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심(표)보다는 청와대를 겨냥한 정치적 카드인 셈이다. 

 
■"靑은 靑입성위해 한 번은 넘어야할 산"
청와대와 이 전 시장간 공방의 발단은 이명박 한나라당 예비후보(대선)가 지난 9일 조세개혁 공약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해 재산보유세를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이 전 시장은 집을 살때 내는 취-등록세를 하나로 통합하고,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내용도 '대선 공약'형식으로 함께 제시했다. 이는, 참여정부 부동산 세제 정책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사실상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대해, 청와대는 종부세가가 폐지되면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것이라며, 이명박 예비후보의 종부세 폐지 공약을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가 재연될 것이고, 게다가 이것을 지방세랑 통합하게 되면 지방재정간의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고 즉각 맞받았다. 그후 하루정도 이 전 시장의 종부세 폐지언급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언론의 분석기사가 간간이 흘러 나왔을 뿐, 생각했던것 보다 파장이 커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사안의 주요성을 생각할 때 이는 분명 다소 의외의  반응. 

 
■靑 "강남구 대표뽑기냐" 반격..."미끼 물었나?"
그것도 잠깐, 아니나 다를까, 이런 분위기가 채 하루도 가기전에 청와대에서 또 다시 강력한 반박이 터져나왔다. 청와대는 11일 "12월 대선은 부동산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나 강남구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고 비판의 고삐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 글을 통해 이 전 시장이 국세인 종부세와 지방세인 재산세, 자동차세 등을 묶어 지방세인 '재산보유세'로 신설, 통합하겠다고 공약한데 대해 "종부세라는 세목 자체가 사라지고 세율이 변동되므로 사실상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같이 공박했다. 청와대는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조세개혁 공약이 '종부세 폐지가 아니라 세목통합이어서 종부세 기능이 계속 작동할 것이며 투기가 재연될 우려가 없다'고 말했으나 부동산 시장과 세제 정책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하거나 억지 주장을 변명하려는 어이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현행 종부세의 가장 큰 특징은 전국의 부동산을 세대별로 합산해 누진과세를 적용하는 것으로 이를 지방세에 통합하면 전국 부동산의 세대별 합산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누진세율 적용도 불가능해져 사실상 엄청난 세금 경감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이 전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청와대는 "종부세가 폐지되면 다시 투기 심리가 고개를 들고 집값이 치솟아 부동산 시장 불안이 재연될 것"이라며 "종부세가 폐지되면 지역재정의 불균형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 전 시장의 부동산 관련 공약 주요 내용이 종부세의 투기 억제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인데도 종부세 폐지가 아니라는 주장은 자가당착"이라며 "겨우 안정기조를 찾아가는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공약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전 시장의 발언에 대해 이처럼 조목 모족 반박하고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그 또한 이상한 노릇일 것이기 때문.


■朴 전 대표와 소모전...'발빼기' 잘 될까
이 전 시장측은 일단 즉각적인 반박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과 청와대간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전이 쉽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전시장이 이 문제를 거론할 때는 이미 청와대의 이같은 반격을 예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이 전시장이 대선까지 고비를 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한 번은 '맞짱'을 뜨는 수 밖에 없다는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근거한다. 우선, 당내 경선주자인 박근혜 대표와의 진흑탕 싸움은 하면 할 수록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와의 검증공방을 둘러싸고는 지속적으로 표(지지율)를 잃어 왔고, 앞으로도 상황반전이 그리 쉬워 보이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대운하, 부동산 문제 등등 공방의 초점이 대부분 자신에게 맞춰져 있어, 잘 해봐야 본전인 '게임'이라는 판단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권고에 따라 소송을 취하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많다. 소송취하를 계기로 대미지를 최소화하면서, 박 전대표측과의 니전투구에서 벗어나는 대선구도의 일대 분위기 반전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전시장이 싸움의 상대로 청와대를 겨냥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박 전대표 캠프에서 이같은 '몸빼기'를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박 전대표와의 진흙탕싸움에서 몸을 빼 내는 것이 시급했고, 기왕이면 청와대를 상대로 삼는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 시장입장에서 청와대 입성을 위해서는, 청와대는 언젠가 한 번은 넘어야할 산이나 다름없다. 이는, 그동안 청와대와 이 전 시장측간 공방전을 상기해 보면 자명해진다. 이 전 시장과 박 전대표가 광주에서 열린 첫 정책토론회에서 불거진 '대운하 유무용론'이 한창일 때 청와대가 한말 거들고 나선 것이 그 첫 시발점이다.
당시, 청와대는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말도 안되는 정책에 투자할 민간기업이 어디있겠느냐"는 식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었다.
사실, 남의 싸움에 끼어드는 모양새가 분명했지만, 당시 대운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다 보니, 청와대의 '끼어들기'는 은근 슬쩍 통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이 전 시장캠프는 '청와대의 이명박 죽이기'등을 지속적으로 거론했고,  최근들어서는 국가정보원의 개입설로 까지 전선이 확대됐던 게 사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이 전 시장측은 전선을 청와대를 상대로 옮기는 것이 박 전 대표와의 소득없는 소모전에서 헤어나오는 동시에 국면전환을 위한 유일하면서도 최선의 방책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관측이 맞다면, 이 전 시장측은 청와대의 예민한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을 테고, 앞으로의 공방전은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부동산 정책논쟁, '밑져야 본전'?
그렇다면, 왜 하필 종부세인가?
우선, 실제시장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 지,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 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동안 과도한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실수요자들까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만큼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이 있는 가하면,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더욱 자극해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실상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를 내야 하는 개인은 38만천여 가구.
이 가운데 두 채 이상을 보유한 경우는 24만천여 가구로 이들이 보유한 투자용 주택은 분당 신도시의 9배인 94만2천 채에 달한다. 이명박 후보의 이번 종부세 폐지 공약 발표로 이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버틸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 여기까지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세금이나 금리부담 때문에 일부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지만, 차기 정권때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도 의견이 일치한다.
이는, 이미 풀이 죽은 부동산 시장이 말 몇마디로 일거에 다시 요동칠 가능성은 낮다는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에서 무자르듯 결론이 날 상황이 아닌 셈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종부세 문제는 사안의 중요성과 상징성등을 감안 할 때 향후 대선정국을 관통하는 '핵심쟁점'으로 부각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결코, '대운하'보다 파괴력이 약한 주제가 아닌 것이다.
즉, 당장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말싸움 거리'로는 최상의 주제라는 얘기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이 전 시장의 종부세 발언보다는  새정부가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세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강남 집값 등 부동산가격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같은 논리는 설득력이 충분하다.
 
■국면전환 성패, 그리고 그 이상은 ...?
결국, 이같은 점들이 이 전 시장이 난데없이 종부세 문제를 들고 나온 배경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다. 또 다른 요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전 시장측이 부동산 정책문제를 선택한 배경에는 노무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점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측면에서 많은 실패과정을 거쳤고, 국민 대다수의 뇌리에 그런 점이 각인돼 있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을 가지고 부딪쳣을 경우 이 전 시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그 만큼 낮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동산 시장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청와대와의 지루한 논쟁으로 전선의 중심축을 옮기기에, 이보다 좋은 아이템이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 결국, 이 전 시장의 종부세 발언은 시기,상대,주제 등 모두를 신중히 검토한 의도된 것이라는 관측인데,  이 후보측이 현재의 리드를 유지하기 위한 1차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까지 확대해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의 다른 한편에는 이 전 시장측의 공약이 단순한 '말다툼 거리'이상의 의미로 확대돼 선거전을 패착으로 이끌게 되는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 만큼 위험성도 크다는 뜻이다. 때문에,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이재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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