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으러 은행 간다"…은행권, '슬로뱅킹'으로 고객유치
"책 읽으러 은행 간다"…은행권, '슬로뱅킹'으로 고객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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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제공해 고객 시간 최대한 확보
우리은행, 국내 금융권 첫 사례…가능성 제시
"은행 방문 목적 뚜렷" 반대 의견도 있어
美 움프쿠아 은행, 도입 후 자산 3.5배 늘어
KEB하나은행 컬쳐뱅크 2호점 '힐링서점' 방문 고객들이 은행 점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 컬쳐뱅크 2호점 '힐링서점' 방문 고객들이 은행 점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시중은행들이 기존 점포를 문화공간으로 바꿔 고객을 오랫동안 머물게하는 '슬로뱅킹' 실현에 나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근 광화문에 '힐링 서점'을 컨셉으로 한 '컬처뱅크 2호점'을 열었다. 직장인이 많은 지역적 특성에 맞춰 언제든 방문해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쉼터 형태로 마련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공예를 테마로 국내 유명 공예 박가와 주목 받는 신진 공예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컬처뱅크 1호점'도 서래마을에 열었다.

KB국민은행은 홍대 거리에 'KB락스타 청춘마루'를 개관했다. 청년들에게 한 공연, 전시, 강연 등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조성돼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점포를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은 갈수록 줄어드는 창구 방문 고객을 늘리기 위한 대안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고객이 원하는 금융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인터넷·모바일뱅킹이 활성화된 지금은 고객들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수록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슬로뱅킹'이라고 부른다. 문화콘텐츠 등을 제공해 고객의 재방문율과 친밀도를 높여가는 방식이다.

금융상품 추천에 앞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이 느끼는 영업 부담감도 줄어들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하게 돼 다른 은행고객들까지 잠재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오리건 주의 움프쿠아(Umpqua) 은행은 지난 2006년 카페 개념을 도입하고 지역사회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강좌나 대회를 열거나 미술전시회나 음악회를 하는 등 점포를 문화공간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후 움프쿠아 은행은 '슬로뱅킹을 도입한 2006년 한해에만 자산이 37%(19억8000만달러) 증가했고, 지난해 말에는 257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11년만에 약 3.5배(184억달러)나 성장했다.

걸그룹 위키미키의 멤버 김도연과 최유정이 4월 27일 청춘마루 지하 1층 '청춘의 열정' 공간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걸그룹 위키미키의 멤버 김도연과 최유정이 4월 27일 청춘마루 지하 1층 '청춘의 열정' 공간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이 같은 사례는 국내에도 이미 존재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6년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점포 내에 커피전문점을 입점시키는 '카페 인 브랜치'를 시도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은행 점포는 금융업무를 빠르게 해결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업계에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과 은행 업무를 보러 온 사람들이 뒤섞여 오히려 혼란을 겪게될 것이라는 시각까지 나왔다.

예상과 달리 해당 점포는 선전했고, 우리은행은 2호점인 베이커리인브랜치를 개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오래 머물면서 은행과 가까워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자연스럽게 내방 고객이 늘었고 해당 점포의 실적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어들어 텅텅 비는데 과거와 같은 영업 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다"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다시 찾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 고객을 붙잡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반대의 의견도 분명 존재한다.

고객이 은행을 방문하는 목적은 뚜렷한데 문화콘텐츠가 굳이 필요하겠냐는 것이다. 또 보안문제도 지적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고객 유인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문화 콘텐츠 이용 혹은 은행 업무처리 중 한가지 목적으로 점포를 방문해 시너지 영업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샵인샵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은행이 문을 닫는 4시 이후에도 점포 내에서 계속 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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