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强性政府'
<기자칼럼> '强性政府'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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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분배우선, 親勞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최근 신문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세계 석학의 말이라며 유럽형 분배중시 정책이 한국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내용이 1면 머릿기사를 장식하기도 한다.

지난 해 12월 대선 때만 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새정부의 분배 중시 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6개월만에 분배는 무조건 나쁜 놈식의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분배에 조금 더 신경을 써 사회통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그 시절의 말은 어디론가 쏙 들어가 버렸다. 과연 6개월 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언제 분배정책 실시한 적은 있나?

현 노동계의 강경노선이 과연 정부의 親勞 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노동자들이 고삐풀린 듯 행동하는 것은 과연 정부의 親勞 정책을 등에 업었기 때문일까.

뭔가 순서가 안맞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의 많은 오해에도 불구하고 유럽형 노동정책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화합이다. 미국과 영국의 노동정책이 채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노동 유연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유럽 선진국들은 노사간 대타협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경제상황에 따라 노사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임금수준을 함께 결정하는 문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주체간 불신만이 가득 차 있다. 대타협의 역사적·문화적 기반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오로지 실력행사만이 승패를 좌우해왔다. 최 근래 조흥은행 사태가 보여주듯 지난 수 십년간 정부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결여됐었다. 큰 청사진 없이 상황논리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입장을 바꾸곤 하니 약속 하나만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무수히 발등 찍히는 경험을 당하다 보면 당연히 믿을 건 실력행사 뿐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지 않겠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 정책이 바뀐 덕택에 노동계는 사측과의 타협보다 정부와의 타협, 親勞정권 수립이 우선이라는 경험치를 훨씬 더 신뢰하고 있다. 유럽과 달리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노동자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경제논리보다 정치투쟁에 치중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갈등이 해소되기 어렵다. 노사문제는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다. 현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자타가 아는 일이지만 그 원인을 모두 강성노조에 돌리는 것은 어패가 있어 보인다. 한국경제만 어려운 게 아니라 전세계가 디플레를 우려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치 강성노조 때문에 한국이 엉망이라고 몰아 붙이는 것은 중세 마녀사냥에 가깝다.

경제현상은 동전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똑같은 현상에 대해 경제가 잘 나갈 때는 효자 취급을 받다가 어려울 때는 찬밥 신세를 당하기도 한다. 미국의 90년대 신경제가 그 예다. 호황기 때는 IT가 효자취급을 받았다가 거품이 꺼지자 경제를 말아먹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한국도 잘 나갈 때는 아무 말 없다가 경제가 어려워지기만 하면 강성노조를 들먹인다. 과연 강성노조만이 범죄자인가.

노무현 정부의 얕은 신념도 실망스럽다. 한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사람의 신념이 미풍에도 흔들릴 만큼 얕은 것이라면 그 누가 깊이 뿌리박고자 하겠는가.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해 사회통합을 이루어내야만 장기적인 비전이 있다는 노 정권의 주장에 국민들은 마음속에서나마 박수를 보냈었다. 그 결과는 당선으로 나타났다. 분배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사회적으로 분배에 힘이 실리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은 있게 마련이다. 6개월 동안 재계와 보수언론은 예외없이 현 정부의 분배정책에 대해 흔들 거리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현재는 강성노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흔들 것인가 흔들릴 것인가는 노 정권의 선택사항이다. 다만 강력한 리더십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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