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투게더] "서경배 회장 한마디에 환골탈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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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과 '아리따운 구매 협약 1호' 제주 동백마을 이야기    
화장품 원료 쓰고…이니스프리에서 제품 판로 개척, 디자인 지원 
지난 2015년 4월18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 운동장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오른쪽 다섯째)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마을 주민(오른쪽 여섯째)이 아모레퍼시픽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지난 2015년 4월18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 운동장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오른쪽 다섯째)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마을 주민(오른쪽 여섯째)이 아모레퍼시픽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마을 주민을 위한 무료 미용강좌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제주 동백마을에 도움 주는 아모레퍼시픽, 우리는 호감이죠. 정작 선행을 자랑하지 않더라고요. 기업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18일 오후 6시께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방앗간에서 만난 오동정 사단법인 동백고장보전연구회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 미담을 들려줬다. 메이크업 강사들이 마을을 찾아 재능을 기부한 이야기부터 경로잔치에 기념품을 제공한 것, 특산품 동백기름 디자인 개발에 힘써준 사연까지. 입에 침이 마르게 아모레퍼시픽을 칭찬했다. 특히 '착한 일'을 언론에 자랑하지 않는다며 의아해했다.

아모레퍼시픽과 동백마을 인연이 시작된 건 8년 전이다. 화장품 원료를 공정한 가격에 사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던 아모레퍼시픽 임직원들이 동백마을 숲에 마음을 뺏겼다. 이들은 300년 된 동백나무에서 희망을 발견했고, '아리따운 구매 협약'을 제안했다. 2010년 동백마을은 아리따운 구매 협약 1호 마을이 됐다. 이 마을 동백나무 군락에서 나는 열매, 꽃, 잎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원료로 소비자들과 만난다.

이니스프리 디자인팀 도움을 받아 탄생한 새 동백기름 (사진=동백고장보전연구회)
이니스프리 디자인팀 도움을 받아 탄생한 새 동백기름. (사진=동백고장보전연구회)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원료 구매에 그치지 않고, 마을 특산품 디자인 개발이나 판로를 여는 데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덕에 동백기름이 새 옷을 입었다. 동백마을 주민들은 아모레퍼시픽 측에 새 동백 제품 디자인 개발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4월18일, 서 회장 한마디에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화장품 계열사 이니스프리 디자인팀이 움직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서 회장과 임직원 300여명이 기념식을 위해 동백마을을 방문한 날이었다. 오동정 회장은 70주년 기념식수를 마친 서 회장과 마을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다 동백기름 디자인을 부탁했다.

최혜연 동백고장보전연구회 사무국장은 "서 회장이 오니까 한 번에 됐다"고 귀띔했다. "전문가 도움을 받으니 마구잡이식에서 벗어났죠. 이니스프리 디자인팀은 수시로 제주를 찾았어요. 2년에 걸쳐 용량과 디자인에 대해 논의했죠. 병 모양은 일 년 반 동안 협의한 결과에요. 제주도 돌담과 동백꽃을 담은 로고도 생겼어요. 상호 옆 한자 각인은 서경배 회장 아이디어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감안해 한자로 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나 봐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5년 4월18일 창립 70주년을 맞아 동백마을에 기념 식수를 했다. (사진=박지민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2015년 4월18일 동백마을 운동장에 심은 동백나무. (사진=박지민 기자)

동백기름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에선 동백기름을 활용한 음식을 선보인다. 이윤이 나올만한 가격에 납품하는 건 아니지만, 이니스프리 측은 홍보를 원하는 동백마을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같은 결정은 '이니스프리인답게 살라'는 말과도 맞닿아 있다. 진정성 있게 행동하자는 이 구호엔 무엇 하나 쉽게 이벤트성으로 시작하지 못하는 이니스프리인의 성격이 반영됐다. 손을 잡기까진 시간이 걸렸지만, 인연을 맺은 뒤엔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선 신입사원을 마을로 보내 동백나무를 심는다.

서 회장의 '선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백마을이 사계절 꽃 피길 원했던 그는 마을 곳곳에 야생화도 선사했다. "70주년 기념식수 뒤 서 회장과 마을을 걷고 있는데, 직접 찍은 병아리꽃 사진을 보여주더라고요. 동백꽃 말고도 이런 야생화들이 마을에 사시사철 펴있으면 좋겠다면서요. 관광객 기분까지 고려해 제안하더라고요. 며칠 뒤 서 회장과 잘 아는 조경 전문가가 직접 찾아왔어요. 신흥2리사무소 앞 중앙분리대와 운동장 근처 잔디밭에선 병아리꽃이 자라고 있죠."(오동정 회장)

■ 제주동백마을은...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 방문자센터에서 오동정 사단법인 동백고장보전연구회 회장이 서경배 회장을 비롯한 아모레퍼시픽 임직원들과 찍은 기념사진을 가리키며 마을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 방문자센터에서 오동정 사단법인 동백고장보전연구회 회장이 서경배 회장을 비롯한 아모레퍼시픽 임직원들과 찍은 기념사진을 가리키며 마을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한라산 중산간에 둥지를 튼 동백마을 역사는 300년이 넘는다. 500여명 주민들은 대부분 감귤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2007년 '동백마을 만들기'를 시작했다. 동백마을 방앗간 사업은 주민자치 조직인 동백고장보전연구회가 맡았다. 소득 중심 사업이지만, 영농조합형태가 아닌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사업으로 얻은 이익금은 마을에 환원하거나 사업에 재투자한다. 낮 동안 감귤 농사를 마친 30명가량 회원이 저녁마다 방앗간에 모여 동백기름을 생산한다. 1년간 생산되는 동백기름은 약 500병. 신선도를 위해 보통 하루에 35병씩 짜낸다.

동백마을은 2011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됐다. 동백오일을 활용해 천연 화장품을 만들고, 동백 음식을 소개한다. 아이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다. 애초 동백마을 만들기를 시작한 이유도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더디게 크고, 30년 이상 자라야 기름 160ml 한 병이 나오는 동백나무를 계속 심는 이유도 마찬가지. 마을 주민들에겐 미래 300년을 위한 밑거름인 셈이다.

"아이들이 마을에 안 살아요. 돌잔치가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니까요. 한라봉, 천혜향 같은 고급과일 농사를 지어서 수입은 좋아요. 굳이 동백기름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걸 하면서 마을이 살기 좋아지면,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요. 관광객 들어오면 그들을 상대로 한 식당도 생기고, 길도 넓어지겠고, 상권도 생기겠죠. 나무도 그래서 심는 겁니다. 1706년 우리 마을이 처음 생겼고, 2007년 300년이 된 해 동백마을로 탄생했는데, 앞으로 300년 이후 나무가 더 많아지면, 마을에 구경 온 사람들로 더 시끌시끌해지지 않을까요. 돈 욕심보단 어린 아이들이 많이 오게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오동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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