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1…자취 감춘 은행권 통일금융 상품
남북정상회담 D-1…자취 감춘 은행권 통일금융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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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 '통일대박론' 부담직접적 수익성도 '미미'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통일금융 상품은 좀처럼 찾을 수 없는 분위기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 이후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예·적금 상품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4년 도입된 통일대박 예·적금 상품을 현재까지 판매중인 시중은행은 우리은행(우리겨레통일 정기예금)이 유일하다. NH농협은행의 'NH통일대박 예·적금'은 지난 2016년 10월, IBK기업은행의 'IBK통일대박기원통장'은 작년 5월, KB국민은행의 '통일기원적금'은 같은해 6월 단계적으로 판매가 중단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금융권 첫 통일금융 상품이라는 명목으로 판매를 끊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지 않아 실적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년제 정기예금이고 금리도 낮아서 만기 이후로 재가입이 거의 없다"며 "판매실적도 미미해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일 관련 금융상품은 대부분 이자와 수익금 일부를 통일기금으로 조성해 은행이 통일 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은행들에게 수익을 안겨주기 보단 공익적 성격이 더 큰 상품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 이후 2015년 초까지 약 1년 간 전체 판매액이 1조원에 달할 만큼 주목 받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며 전 정부 흔적 지우기에 일찌감치 판매가 중단됐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잇단 성사 등 무르익은 해빙 분위기에도 통일금융 상품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남북관계가 무족건적인 정치적 통일보다 교류에 더 무게추를 둔 것이 이 같은 미온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는 남북한 공동 시장, 남북경협 재개, 남북접경지역 개발을 통해 경제통일을 먼저 이룬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시중은행들은 통일상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지 않아 계좌유치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상품 수익성과 관리 효율을 높이려면 인기없는 상품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B은행 관계자도 "아직 사회적으로 충분한 통일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상품 출시 논의도 시기상조인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한쪽에서는 정부의 코드가 일자리 창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추진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을 주문한 가운데 은행들이 직접적인 수익을 안겨주지 못하는 통일금융에 왜 신경을 쓰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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