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그룹 지배구조 압박…"리스크 해소 방안 사전 준비해야"
금감원, 금융그룹 지배구조 압박…"리스크 해소 방안 사전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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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은 모회사가 차입금으로 계열사 자본을 확충해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금융그룹 리스크의 주요 사례로 꼽았다. (자료=금융감독원)

미래에셋·삼성 사례 들어 지배구조 경고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금융당국이 자사주 교환을 통한 자본 확대 등 건전성을 저해하는 리스크 해소 방안을 미리 찾으라고 강조하면서 금융그룹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25일 금융감독원은 오는 7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행을 앞두고 삼성, 미래에셋, 현대차, 롯데, 한화, DB, 교보생명 등 주요 금융그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유광열 금융감독원장 대행은 "금융계열사를 통한 부실계열사 지원이나 계열사간 출자, 과도한 위험집중 등 금융그룹이 직면한 다양한 리스크는 금융그룹 건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법제화 이전이라도 그룹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도록 금융그룹들이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래에셋의 그룹간 교차출자와 차입금을 활용한 자본확충 등 문제와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 문제를 그룹리스크 사례로 공개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지난해 네이버와 각자 보유한 자사주를 5000억원 씩 매입했다. 자사주는 회사 돈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기 때문에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데 미래에셋과 네이버의 경우 사실상 자사주임에도 다른 회사가 보유했다는 이유로 양사는 자사주 규모만큼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이 경우 매각제한 등 특약으로 인해 주식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어 실제로는 쓸 수 없는 돈이 자본으로 잡힌다는 문제가 생긴다. 금감원은 이를 자본규제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입 자금으로 자본확충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미래에셋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채권발행 등으로 조달한 자금을 계열사 주식 매입에 활용했다. 이 경우 모회사가 어려워지면 자회사에 무리한 배당을 할 우려가 있다. 또 차입금으로 출자하면 자본의 질이 떨어지고 그룹 레버리지가 커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과도한 내부거래 의존도도 위험관리 측면에서 적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생명과 현대라이프는 계열사가 가입하는 퇴직연금 상당부분을 가져갔고,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삼성생명 등은 변액보험 상당수를 계열 자산운용사에 위탁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매출, 이익 등을 계열사에 과다하게 의존하면 계열사의 경영이 악화됐을 때 금융회사 수익이 감소하거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계열사를 동원해 그룹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할 때 약 400억원을 출자했다. 금감원은 계열 금융회사를 동원한 증자는 진정한 외부자금 조달로 보기 어려워 그룹차원 자본 적정성 평가 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 외 여러 금융계열사가 조금씩 출자해 하나의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고 이 회사를 통해 해외 자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의 부외 계정 투자도 재무제표에 반영된 위험액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모범규준을 우선 적용하고 이에 맞춰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모범규준 이행상황과 그룹위험 실태평가를 위한 현장점검을 할 예정이다. 또 올해 안에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금융그룹은 계열사 간 출자나 내부거래 등 그룹 위험을 자체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해야 한다.

금감원은 그룹위험관리를 전담할 충분한 조직과 인력을 확충해 통합위험관리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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