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호텔신라와 '맛있는 인연' 서귀포 천보식당
[르포] 호텔신라와 '맛있는 인연' 서귀포 천보식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맛있는 제주 만들기 10호점인 천보식당을 운영하는 강순자(왼쪽)씨와 강순옥씨 자매. (사진=김현경 기자)

"이부진 사장이 비싼 정관장 홍삼 선물해주고, 셰프들은 엄마라 불러요"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맛있는 제주만들기 10호점으로 다시 문을 연 뒤 매출이 5배나 늘었어요. 호텔신라 셰프들은 우릴 '큰엄마', '작은엄마'라고 부르면서 꾸준히 챙겨주니 고마울 따름이죠."

지난 18일 늦은 저녁 제주 서귀포시 중앙로 아랑조을(알면 좋을)거리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천보식당'을 찾았다. 천보식당은 지난 2015년 호텔신라의 대표적 사회공헌활동인 '맛있는 제주 만들기'(이하 맛제주) 10호점으로 선정돼 그해 8월 재개장한 곳이다.

식당 입구에서부터 '맛있는 제주 만들기 10호점'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시선을 끌었다. 식당 내부는 넓지 않지만 쾌적했다. 메뉴는 △천보정식(돔베고기, 생선요리) △천보오리진흙구이(1마리) △오리생구이 △오리주물럭 △오리백숙(1마리) 등 오리요리가 주를 이룬다.

천보정식이나 오리진흙구이를 맛보고 싶었지만, 정식은 주문이 마감됐고 진흙구이는 전날 미리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 대신 오리고기를 매콤하게 양념한 오리주물럭을 주문했다.

양념에 재운 오리고기와 갖가지 야채가 따로 쟁반에 담겨 나왔다. 특히 야채를 가지런히 쌓은 모양새가 썩 푸짐해 보였다. 오리고기를 먼저 굽다가 야채를 함께 넣고 볶아 먹는 식이다. 적당히 익은 오리고기를 겨자양념에 버무린 양파와 곁들여 먹으니 맵거나 짜지 않고 담백했다. 오리 특유의 냄새나 기름진 느낌이 없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 오리주물럭을 주문하면 붉은 양념에 재운 오리고기와 갖가지 야채가 따로 담겨 나온다. (사진=김태희 기자)

천보식당에서 요리에 쓰는 양념은 모두 호텔신라 요리사(셰프)들에게 전수받았다. 재료를 다듬거나 음식을 담아내는 방식도 셰프들의 조언을 따랐다. 그 덕분인지 일반적인 동네 식당보다 재료의 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오리주물럭을 다 먹고 나면 볶음밥과 오리육수에 끓인 메밀수제비가 나온다. 살이 제법 붙어있는 날개 뼈와 함께 푹 고아낸 수제비 육수는 진한 들깨향이 어우러져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수제비는 밀가루를 넣지 않고 메밀로만 반죽해 투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수제비는 천보식당을 운영하는 두 자매 가운데 언니인 강순자(77)씨만의 조리법으로 만든다.

천보식당은 호텔신라 손을 거치면서 환골탈태했다. 호텔신라 셰프들은 기존 메뉴 가운데 국수류를 없애고 오리요리를 특화해 오리진흙구이와 정식을 내세웠다. 진흙구이는 흙옹기에 오리를 넣어 굽는 방식을 택해 깊은 맛을 냈다.

천보식당을 운영하는 강순자, 강순옥(68)씨 자매는 호텔신라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호텔신라는 조리법과 서비스 노하우 전수는 물론, 주방 설비와 식당 내부 인테리어까지 바꿔줬다. 이전에는 하루 평균 매출이 15만원 수준이었지만, 맛제주를 거친 뒤 크게 올랐다.

강순옥씨는 "맛제주로 선정되면서 지역방송(JIBS)에 나오고, 관광객들에게도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5배가량 늘었다. 이전에는 매출이 적어 간이과세 대상이었는데, 맛제주 이후 일반과세로 전환돼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월이면 재개장 3년이 되는데, 여전히 가게 내부가 쾌적하다. 접시 하나, 컵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준 덕에 지금껏 장사를 잘 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할머니들이라 소스 배합을 알려줘도 까먹곤 하는데, 셰프들이 몇 번이고 와서 다시 알려주곤 했다"며 고마움을 내비쳤다.

▲ 맛있는 제주 만들기 10호점 천보식당 내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강순옥씨가 함께 찍은 사진이 벽 한 켠에 걸려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호텔신라는 재개장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도 맛제주 식당을 찾아다니며 어려운 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맛제주 식당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순옥씨는 "비가 심하게 오거나 태풍이 휩쓸고 가면 호텔신라에서 찾아와 가게를 보수해주고 아픈 데가 없는지 살펴본다"며 "이부진 사장은 작년 여름에 건강 잘 챙기라며 한 병에 29만원짜리 비싼 정관장 홍삼도 선물해줬다"고 귀띔했다.

천보식당을 비롯해 재기에 성공한 맛제주 1~19호점 식당 주인들은 고마운 마음을 모아 자발적으로 봉사모임을 꾸렸다. 올해 설에는 맛제주 4주년을 기념해 제주도 내 독거노인과 저소득계층 143가구에 이불을 기증했다.

강순옥씨는 "도움을 받아 재기한 만큼, 지역사회에 다시 베풀기 위해 맛제주 식당 주인들끼리 자발적으로 1년에 한두 차례 모여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맛제주를 계기로 식당 주인들끼리도 좋은 인연을 맺었다고 생각한다. 매년 돌아가면서 봉사모임 대표를 맡고, 여러 차례 모여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014년 시작된 맛제주는 호텔신라의 대표적 사회공헌활동으로 꼽힌다. 제주도청 주관 선정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맛제주 식당을 선정하면 호텔신라 전문가들이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려, 조리법과 서비스 교육을 실시한다. 식당 시설과 인테리어도 개선해 폐업 위기에 빠진 영세식당들의 자립을 돕는다. 맛제주 식당은 현재 19호점까지 재개장했다. 20호점으로 선정된 제주시 동광로 '시니어손맛 아리랑'은 5월 초 재기에 나설 예정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