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세번 금감원장' 기대 사그라든 이유는…
[기자수첩] '삼세번 금감원장' 기대 사그라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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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정치권, 금융권을 막론하고 매일 각종 의혹과 정치공세가 쏟아졌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수차례 해명자료를 내며 정면 반박했지만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미 내뱉은 말, 엎질러진 물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시절 커피값까지 문제 삼았던 발언들이 자신에게 이토록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김 전 원장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치열한 난타전에 꼬일대로 꼬여버린 김기식 사태는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풀었다. 김 전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직전 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전달한 것을 '공직선거법 113조 위반'이라고 '유죄'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권 저승사자', '재벌 저격수'가 그렇게 사퇴한지 이제 꼭 일주일이다. 

김 전 원장 퇴진에 대해 목이 쉬도록 떠든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남북정상회담과 일명 드루킹 사건 여파로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후임 금감원장에 대해서는 내부출신이다 외부출신이다 하마평만 간간히 나올 뿐, 김 전 원장을 비롯한 여야, 청와대, 국회에 대한 크고 작은 과오와 허점은 블랙홀에 다 빨려들어가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다. 소도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격이다. '삼세번 금감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사그라드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 금융산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금융산업에는 무난한 선택인 관료출신보다 과감한 외부인사가 더 적격이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은행들의 땅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 2금융권에 만연한 약탈적 대출, 최근 삼성증권 사태로 대변되는 금융투자 시스템의 신뢰성 추락 등을 고려하면 촛불혁명으로 세워져 개혁으로 답해야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도 십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선을 넘어 문재인 정부가 금융개혁과 혁신을 위해 어느 정도 실행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았지만 금융 부문에 있어서는 무엇이, 어떻게 바꼈는지 성과가 영 시원찮다. 인사가 만사다. '과감한 외부발탁'인 금감원장 두 명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불명예 퇴진할 때, 문 대통령이 말한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을 되레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통령의 답답한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편만 금융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참여연대 등 진보이념 성향으로만 채워진 편협한 인재풀이 도덕성·전문성 등 숱한 논란만 낳으며 사라진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실패만 거듭한 인사 검증 체제를 개선하고 선택지에서 제쳐뒀던 인물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혁명보다 더 어려운 게 개혁이다. 그리고 개혁은 '우리 끼리'만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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