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칼럼] 위기의 속성② 양면성과 계층성
[김진항 칼럼] 위기의 속성② 양면성과 계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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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세상만사는 음과 양으로 이뤄졌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있으면 나아가지 못하게 막아서는 힘도 있다. 그것아 세상 이치다. 장애물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발전이고, 그렇지 못하면 위기다. 장애물 극복 여하에 따라 갈린다.

어떤 사고가 일어났을 때 누구에게는 심각한 '위기'지만 누구에게는 '기회'가 된다. 같은 사고 현장에 있더라도 누구에게는 '위기 수준'이지만 누구에게는 '단순 사고' 정도다. 예컨대 국가적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서민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위기지만 부유층에게는 그저 수입이 조금 줄어들 뿐이다. 이처럼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위기는 상대적 양면성을 가진다.

고전적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각 조직 차원에서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의 위기감도는 차이를 보인다. 야당들의 위기감도 역시 차이가 난다.

정치단체와 경제단체가 느끼는 위기 수준도 다르다. 같은 경제단체여도 개성공단 관련업체나 금강산 관광 관련업체의 위기감 역시 차이가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볼 때, 같은 사고나 사건이더라도 위기감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고가 일어나면 어느 유기체에 어떤 위기로 발전될 것인가 예측하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 판단은 각 유기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어떤 사고가 미치는 영향은 각자 입장에서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누구에게는 단순한 금전적 문제이지만, 누구에게는 심각한 평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평판의 영향력 역시 다르다. 사회적 지위에 따라 각각 지켜야 할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위기가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건이나 사고에 관련된 '유기체 중심 입장'을 결정하고, 각 유기체의 핵심 가치를 식별할 필요가 있다. 이어 그 핵심 가치에 발생한 사고나 사건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된다.

위기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위기는 상위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전 단계 사건이다. 위기관리는 전 단계 사건이 상위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배제하거나 영향이 미친 결과를 전화위복시키는 절차와 과정이라고 여겨도 무방하다.

위기란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나쁜 방향으로 커간다. 국가 입장에서 전쟁발발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이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전쟁이 된다. 전쟁은 다시 국가생존 위기가 된다. 전쟁에 진 국가는 패망한다. 국가 패망은 민족말살 위기가 된다. 이처럼 위기는 계층적으로 상향 변화한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내선일체 정책에 의해 이름까지 바꾸는, 이른바 창씨개명을 강요당하며, 민족말살 위기에 이르렀다. 6·25전쟁으로 존망의 위기도 겪었다. 누구보다 역사적으로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모든 유기체가 당하는 위기는 계층성을 가지므로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 최선의 위기관리는 초기에 잘 하는 것이다. 초기 관리에 실패하면 계층적으로 상향 변화하기 마련인 위기에 대응하는 일이 훨씬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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