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론 '부글부글'…바이오株 주저앉힌 버블 보고서
거품론 '부글부글'…바이오株 주저앉힌 버블 보고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적보다 막연한 기대감에 고평가' 지적에 관련株 '휘청'
 "경협株·IT 섹터에 수급 몰린 탓…단기 조정·반등" 전망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조아 기자] 지난해 말부터 코스닥 시장의 상승 주역이있던 제약·바이오주가 잇따라 대두하는 '거품론'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가 "제약·바이오 업체는 구체적 실적보다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고평가 받고 있다"며 주가 상승이 과도하다고 지적하자 외국인의 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의약품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5.41p(0.53%) 상승한 1만4240.17에 마감했다. 나흘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지난 사흘간의 낙폭(9.43%)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제약지수도 3거래일간 7%가량 내려앉은 끝에 이날 1% 찔끔 상승하는 데 그쳤다.

▲ 자료=네이버 캡쳐

제약·바이오 종목별로 봐도 최근 부진이 두드러진다. 코스피시장에서 의약품 '대장주'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나흘간 각각 8.97%,11.3% 급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시총 최상위주에 자리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만원선에서 어느덧 8만원선으로 내려앉았고, △신라젠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셀트리온제약 등도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제약·바이오주가 고꾸라진 데는 해당 업종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품은 증권가에서 촉발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낸 보고서를 통해 "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들의 지난 11월 이후 주가 상승률 30개 상위 업체 중 약 80%가 바이오 업체들이었다"며 "많은 업체들이 체력보다 기대가 현저히 앞선 비정상적인 고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은 유망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했지만, 다수는 막연한 기대감에 의존해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게 주요 골자다. 임상이나 신약개발, 기술수출 등 파이프라인 과정에서 얼마든지 변수가 상존해 있음에도, 투자자들은 현재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미래 기대감에만 베팅한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주는 그간의 가격 급등에 따른 조정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빠른 수준으로 높은 주가 상승을 이룬 기업들의 주가가 실적에 따라 정당하게 형성된 것인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투자심리에 따라 많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대감이 주가변동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보고서 등에 투자자들이 흔들릴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보고서에 제약·바이오주가 직격탄을 맞은 사례는 더러 있다. 지난 1월, 독일의 종합금융회사 도이체방크는 당시 코스닥시장의 대장주였던 셀트리온에 대해 "수익성이 안정적이지 않고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투자한 연구개발(R&D)비 비중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 같은 부정적 보고서가 공개되자마자 셀트리온을 위시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계열사가 일제히 10% 이상 미끄러졌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시총 상위주에 자리한 기업이 부정적 보고서 하나에 곧바로 휘청이는 건 그만큼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제약·바이오주의 급작스러운 부진이 단기적 조정에 불과하고,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승규 연구원은 "제약 바이오주의 주가 변동은 원인은 버블 논란도 있지만, 남북경협주와 정보기술(IT) 섹터가 부각되면서 수급이 옮겨간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오는 6월 미국의 아스코학회와 ABA(당뇨학회) 등 제약 바이오 업종과 관련된 대형 학회들이 열리면서 이에 기대감으로 해당 종목의 주가는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가격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면서 "장기적으로 상향 투자 흐름이 나타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주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지만, 종목별 차별화가 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