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마이웨이', 안일 혹은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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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실적 '꼴찌 수준'...일각, 姜행장 유연성·리더십 의문 제기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대한민국 리딩뱅크임을 자처하는 국민은행이 올 상반기 영업대전에서 유례 없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소매금융에 편향된 영업구조가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변화와 혁신에 대응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직된 국민은행式 경영방식이 '리딩뱅크'의 입지를 더욱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꺾일줄 모르는 증시활황으로 시중은행의 자금이탈 속도가 갈수록 가파라지고 있지만 기업은행의 총수신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2.5%(9조 4,774억원) 급증했다. 여타 시중은행들에 비해 낮은 예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예금 유치 영업을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주요 시중은행들의 총수신 증가율을 5%를 밑도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소매금융 부문에서 유일무이한 강점을 자랑하는 국민은행의 총수신은 0.2%(2,890억원) 증가해 유래 없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각 시중은행들은 자금이탈에 대한 위기감을 함께 하고 CMA 대항마 차원의 고금리 상품 및 영업 전략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은행은 박해춘행장은 '카드 전문가'답게 하반기부터 카드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한은행은 증권사의 CMA를 겨냥해 적금금리를 최대 0.4%까지 인상하는데 이어 하반기에는 상품권 통장, 캐시백 제도, 수수료 면제 등을 통해 자금이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부진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기존 영업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6월 조회사를 통해 "금리로 경쟁하기보다 고객과 시장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해서 적합한 고객을 선별하고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본 방침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에도 금리인상은 물론 여타 시중은행들과의 무리한 경쟁을 자제한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권의 시각은 물론 국민은행 내부에서조차 강 행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이미 적금금리를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여타 은행들도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고객이탈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금리인상에 대한 요구가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예금에서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은 피할수 없는 대세"라며 "누가 이같은 변화에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은행권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타 시중은행들에 비해 경직적인 구조 또한 국민은행의 취약점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가장 큰 단점은 변화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소액 고객이 많아 수익률이 낮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세대 행원일수록 국민은행의 경직된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국민은행의 20대 한 행원은 "다른 시중은행들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은행은 입사 이래 변화다운 변화가 단 한번도 없었다"며 "현실에 안주하려는 고위 임원들의 안일한 사고가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국민은행의 안일한 경영방식은 최근 국민은행이 적극 추진 중인 증권사 인수가 가장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외환은행 인수에만 매달렸을 뿐 증권사 인수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FTA 등 금융시장 구조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지자 전향적 검토로 입장을 180도 바꿨다.
이에 따라, 우리 신한 하나금융에 비해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또한 지난해 LG카드 및 외환은행 인수 실패에 이어 올해 의욕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KGI증권 인수도 포기하면서 강 행장의 리더십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 내부에서조차 '실세는 김기홍 부행장'이라는 말마저 나돌고 있다.
최근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한누리증권 인수에 대해서도 증권업 라이센스만을 의식한 채 충분한 시너지 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 각 시중은행들이 속속 차세대시스템 구축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몇몇 지방은행을 포함한 국민은행만은 준비작업에 착수조차 하고 있지 않다.

IT업계에 따르면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은 이미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향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다양한 투자금융상품의 출현 및 자본시장 규모의 확대, 고객들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주된 이유이다.

국민은행의 이같은 '마이웨이식 경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타 시중은행들이 올해 7월 비정규직 법안 시행에 앞서 비정규직 전원, 혹은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켰지만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비정규직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앞서 강 행장은 우리은행 정규직 전환에 대해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평가절하한 바 있다. 이같은 강 행장의 인식은 그가 '정통 해외파'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강 행장은 초등학교는 일본에서 고등학교는 홍콩에서, 대학은 미국에서 나온 대표적인 글로벌 CEO이다. 선진국의 경우 고용 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 양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경우 비정규직의 재고용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도 잘 돼 있을 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사정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기업들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도 선진국들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도 현실성 없는 일괄적인 정규직 전환보다 근속기간 및 업무수행 평가에 따른 단계적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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