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결국 사임…배경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 결국 사임…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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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일 열린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권오준 회장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전 정권 인물로 지목+피로 누적·새로운 CEO 필요 시점으로 판단

[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결국 중도 사퇴했다.

포스코는 18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권 회장의 중도사퇴를 받아들였다.

권 회장은 그동안 누적된 피로를 호소하며 새로운 젊은 리더가 포스코를 이끄는 좋겠다는 생각을 밝히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권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 취임한 후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하며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중도 사퇴하는 결말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포스코 수장이 바뀌는 전례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권 회장의 사퇴 또한 정권의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직격탄

권 회장의 중도사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아울러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는 데 기폭제로 작용한 '최순실 게이트'가 직격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권 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이 과정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실제로 2014년 1월 포스코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장 후보로 권오준 포스코 기술총괄사장,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오영호 코트라 사장을 후보로 선정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오영호 코트라 사장 중 한 명이 낙점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을 깨고 권오준 기술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지명됐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권 회장이 정 전 회장과 가깝고 그룹의 성장 비전을 공유하고 있어 중장기 경영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권 회장이 내부인사로서 정 회장의 경영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내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인물임을 강조했다.

반면 업계 일부에서는 권 회장이 엔지니어로서 포스코의 기술력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분야에서의 경험이 없어 약점으로 작용했음에도 그가 회장으로 결정된 것에 의아한 반응을 보내기도 했다.

◇ 연임됐지만 중도사퇴 '잔혹사' 피해가지 못해

권 회장은 취임 이후 방만하게 펼쳐진 사업들을 추스르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비주력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던 실적을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그 결과 2013년 매출액 61조8646억원, 영업이익 2조9961억원이었던 실적이 2014년 매출액 65조984억원, 영업이익 3조2135억원으로 늘었으며 △2015년 매출액 58조1923억원, 영업이익 2조4100억원 △2016년 매출액 53조835억원, 영업이익 2조8443억원 △2017년 매출액 60조6551억원, 영업이익 4조6218억원을 달성하며 실적개선을 이뤘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권 회장은 지난해 재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권 회장의 운명도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과의 선긋기에 나서면서 권 회장의 중도사퇴 가능성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회장은 자리를 지키며 포스코를 이끌었지만 정부는 언짢은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당선 이후 이뤄진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포스코는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빠졌다. 이후 인도네시아 방문 때에도 역시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되며 정부의 눈 밖에 났다는 여론이 일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실패 정책으로 꼽히는 해외자원개발 사업 중 하나인 리튬 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뒤늦게 제기되며 권 회장을 코너로 몰았다.

뿐만 아니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연루 의혹을 받았던 황창규 KT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소환된 것에 권 회장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권 회장이 중도사퇴를 결심하며 결국 오너가 없는 포스코 수장의 중도사퇴 '잔혹사'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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