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선관위 ‘일부 위법’ 해석에 따라 물러나기로 했다. 취임 보름만의 일이고 전임 최흥식 원장까지 합해도 6개월여 만의 일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금감원장을 ‘형식상’ 임명 제청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머쓱해(?) 질 정도다.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기식 원장마저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으니 그 심경이 오죽할까 싶다.  

청와대가 위법 등 유권해석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더 깊이 봐야 할 점이 있다. 왜 이런 사태가 터졌는가?

혹자는 김 원장의 전문성을 거론하고 혹자는 다른 이유를 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힘겨루기 양상에서 최대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오판이 작용했단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물러남에 따라 금융 안정성을 책임져야 할 금융 당국이 불안을 자초하는 형국이 됐다. 신뢰도 추락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차기 금감원장은 전문성과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로 새로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

차제에 금감원과 금융위의 통합 감독체계도 진지하게 검토, 결론을 내야 한다. 채용비리, 고금리, 예대마진 의존 등 소위 ‘금융 갑질’ 해결사가 나와야 한다.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1년 즈음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금융관료와 금융엘리트의 보수성을 제압하지 못하는 것을 불만스러워 했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결정을 둘러싸고 금융위는 과징금 부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 혁신’, ‘포용 성장’, ‘생산적 금융’ 등 과제는 중단 없이 진행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포장이 아닌 내실과 진정성이다. 내실과 진정성은 소통에서 비롯된다.

중국 알리바바 회장 마윈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착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IT세상에서 DT(디지털 기술) 세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상대방을 더 성공시킬 때 자신도 성공하는 법”이라는 상대방 우선의 공생적(共生的) '소통’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소통은 국민과 금융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시작된다.

이 시점에서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윽박지르기 ‘갑질’ 등 여러 사안들이 교차된다. 금융당국도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갑’이 될 수 있기에 소통에 더욱 주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새로 부임하게 될 금감원장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금융산업 발전과 개혁을 위해 혜안과 경험이 있는 분이 오길 바란다. 흔히 금융업은 질그릇 처럼 다루기 어려운 산업으로 일컬어 진다. 동시에 우리 금융산업은 금융기득권으로 표현될 정도로 개혁의 여지가 많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혁신은 생각을 바꾸기 전에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과거 농구 게임 한번 하는데 2~3시간이 걸리던 것을 단축하기 위해 바구니 아래를 뚫는 데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금융개혁이고 금융혁신이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고치는 ‘생각의 전환’이 적폐 청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그 수장은 고도의 전문성과 개혁성향을 모두 갖춰야만 안정 속의 혁신을 이뤄낼 수가 있다. 시쳇말로 삼세번이다. 이번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코드인사부터 배제해야 한다. 의지가 문제일뿐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하여 새정부 초기 인사실패와 실추된 금융당국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겐 피할 수 없는 과제이자 의무다.    

김무종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