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4년 전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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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미안했다. 겁이 났다. 떠올리기 싫었다. 애써 잊고 싶었다. 그러나 잊을 수 없었다.

어느덧 16일이 됐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날이다.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미안하고, 겁나고, 떠올리기 싫다. 하지만 잊어선 안 되는 날이다.

고향 친구 자식이 그날 세월호에 타고 있었다. 그 자식은 그날 목숨을 잃었다. 난 그 사실을 한참 뒤 알았다. 고향에 가서 어머니와 밥을 먹다가 얘기를 들었다. 목이 메었다. 어릴 적 헤어져 40년 가까이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친구다. 나보나 한 살 더 나이가 많았지만, 누구보다 착한 친구였다. 그 친구 아버지·어머니·여동생 얼굴도 떠올랐다.

304. 세월호에 탔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 수다. 그러나 304란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한 번도 고향 친구 자식 얼굴을 보지 못한 나를 포함해, 세월호 관련자들은 많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희생자일 수도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내수경기가 얼어붙었다. 당시 경제 전문가들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 탓에, 멋있는 옷을 입기는커녕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까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북한 미사일 실험 같은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몸살을 앓았다. 내가 보기에 세월호 참사는 이에 못지않은 문제다. 대한민국 내부 갈등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 구실을 할 수 있다.

15일 김포시 계양천 산책로, 벚꽃축제장을 찾았다. 가족과 연인들로 붐볐다. 날씨가 쌀쌀한 데도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봄나들이 나온 아이들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미니 바이킹이란 놀이기구를 타겠다고 졸랐다. 빨리 집에 가 쉬고 싶었지만 자식을 이길 순 없었다. 한강 옆을 흐르는 계양천 다리 위에서 딸과 또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서해바다 인근 계양천 산책로엔 벚꽃이 흩날렸다. 4년 전 세월호에 탔다가, 내 고향 친구를 목 놓아 불렀을 조카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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