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들 기업대출 등 생산적금융 지원 '미흡'"
금감원 "은행들 기업대출 등 생산적금융 지원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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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총대출 대비 기업대출 비중 7년 새 2.1%p↓
총대출 잔액 중 생산적대출 비중 6.9~9.0%p↓
리스크 회피 여신정책…생산적 자금공급 역할 저하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은행들이 손쉬운 가계대출, 담보대출에 치중하며 리스크가 높은 기업대출을 회피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분석이 나왔다. 2014년 이후 기업구조조정 본격화, 가계대출 규제완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안전자산 위주로 여신정책을 편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에 따르면 국책은행 및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4개 은행들의 총대출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말 48.8%에서 2013년말 49.5%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말 46.7%로 떨어졌다. 2010년말과 지난해말을 비교하면 2.1%p 하락한 것이다.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말 34.3%에서 2017년말 26.3%로 가파르게 감소하며 하락폭(8.0%p)이 더 확대됐다. 

▲ 표=금융감독원

기업대출 중 담보대출(보증대출 포함)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리스크 회피 경향이 심화됨에 따라 2010년말 48.3%에서 2017년말 65.2%로 16.9%p 상승했다. 담보대출 편중 현상은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 부문으로도 확산됐다.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이 2010년말 54.1%에서 2017년말 71.2%로 17.1%p 뛰어오르는 동안, 대기업 담보대출 비중도 20.6%에서 30.1%로 9.5%p 크게 올랐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을 생산유발, 일자리창출, 신용대출 등 3가지 측면에서 영향력·감응도계수, 고용유발계수 등으로 가중치를 부여하고 '생산적대출' 개념으로 환산해 분석한 결과도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다.

▲ 표=금융감독원

지난해말 은행의 총대출 잔액 중 생산적대출 비중은 2010년말 대비 6.9~9.0%p 하락하여, 기업대출 비중 하락폭(2.1%p)의 3.3~4.3배에 달하는 등 생산적 자금공급 역할이 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유발 기준으로 보면 2010년말 45.4%에서 2011년말까지 소폭 상승했다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2013년말 이후 급격히 하락폭이 커지면서 지난해말 37.1%까지 하락했다. 이는 생산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부동산업 대출이 107.7%(74조2000억원) 급증한 반면 생산유발 효과가 큰 전자, 철강 등 업종의 대출은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2010년말에서 2012년말 중 44%대를 유지하다가 2013년말(43.8%) 이후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2017년말 37.8%까지 떨어졌다. 2013년말 이후 건설 등 고용 창출효과가 큰 업종의 대출이 감소한 가운데 고용 창출효과가 작은 부동산업 대출이 대폭 증가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은 은행의 리스크 회피 경향 심화로 2015년말 이후 신용대출 금액이 감소함에 따라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실제 신용대출 잔액은 2010말 208조9000억원에서 2017말 198조1000억원으로 10조8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은 모든 은행들이 2014년을 기점으로 주택담보대출 확대, 비생산적 기업대출 확대, 신용대출 축소 등 유사한 여신정책·전략을 추구하면서 생산적 자금공급 역할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은 저금리 기조 아래 안정적 수익창출을 위해 가계·담보대출, 부동산 등 자영업대출에만 집중해 실물지원이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기식 신임 원장 취임 이후 금융감독 관련 분석자료 및 통계 등을 외부에 공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감독·검사 업무 수행 시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은행별 현황을 평가·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시장 자율적인 생산적 금융 활성화 노력을 적극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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