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의 위기관리전략] 위기의 속성① 변이성
[김진항의 위기관리전략] 위기의 속성① 변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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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가장 먼저 위기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위기란 유기체의 핵심 가치가 위험에 처한 상태'란 결론을 이끌어내고 핵심 가치에 대해 나름대로 쉽게 설명했다. 이번에는 위기의 속성을 살펴본다. 위기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다.

위기는 세 가지 속성을 가진다. 첫째 '변이성'이다. 위기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하여 더 어렵게 변한다. 둘째 '양면성'이다. 위기 역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성질이 아니다. 셋째는 '계층성'이다. 유기체의 핵심 가치에 상응해 위기 역시 계층화한다.

위기의 세 가지 속성 가운데 먼저 변이성에 대해 짚어본다. 위기를 당했을 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성격이 바뀌어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미래 상황 예측해 위기를 조기 수습해야 하는 이유다. 섣부른 조치로 더 나쁜 위기로 확대 재생산하면 안 된다.

2014년 12월5일(현지시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은 위기를 초기에 잘 못 관리한 대표적 사례다. 사건은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KE086편에서 발생했다. A380 여객기 일등석에 탑승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이로 인해 여객기 이륙은 예정된 시간보다 46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12월 8일 언론을 통해 땅콩 회상 사건이 알려졌다. 파장이 커지자 대한항공은 사과문을 내놨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을 위한 변명과 합리화를 반복했을 뿐이다. 게다가 회유 등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조 전 부사장은 구속됐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당장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자기보호 본능'에 사로 잡혀 내뱉은 말 때문에 더 큰 위기상황을 불러왔다.

다른 사례로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반대당 선거 캠프 도청문제로 시작됐다. 하지만 해명 과정에서 닉슨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은 세계 최강대국 최고지도자의 도덕성과 신뢰성 위기로 발전했고, 닉슨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위기관리를 잘 못하면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올바른 위기관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는 능력이다. 즉, 전략의 미래성과 전체성을 적용해 위기상황과 관련된 전체 시스템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게 필수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보면 미래는커녕 당장 현실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상당수 공인들이 위기를 맞았다. 일반적으로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공인이 위기의 당사자일 경우 위기 자체보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격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된다. 당연히 신뢰가 가장 큰 가치로 부상한다.

여론은 언제나 '유죄 추정 원칙'을 적용하고 약자의 편이다. 위기관리 당사자나 관리책임자는 이 점을 분명하게 알고 처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실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감정 문제'다.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논리적 판단의 시시비비는 감정의 파고만 높일 뿐이다. 공인이 위기에 처할 경우 사건의 본질보다 처리 과정에서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실수로 인해 새로운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초기 위기가 더 큰 위기로 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체 없이 자기보호 본능 껍데기를 깨고 나와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만 전혀 엉뚱한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위기를 초래한 문제에 작지 않더라도 '죽기를 각오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여론으로부터 인정받으면 인간적인 면에서 이해받을 수 있다. 나아가 전화위복도 가능하다.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오히려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신뢰지수는 올라갈 수도 있다.

문제는 공인들이 보호본능 틀을 깨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투자했던 노력과 누릴 수 있는 권력의 맛 때문에 그 자리를 포기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결코 자리에 연연해서 안 된다.

공인은 인격적으로 하자가 없어야 한다. 사람으로서 격이 있어야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 인기는 인격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당장 무너진다. 과거에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차선의 인기라도 유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과거보다 현재 처신에 대해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결코 쉽지 않은 필사즉생 전략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당장 현재 상황보다 먼 미래와 더 큰 차원에서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 습관을 갖도록 노력하면 된다. 위기를 당할 경우 당황하기 마련이어서 올바른 판단이 쉽지 않지만, 전문가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평소에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해 두고 훈련하면 위기가 더 나쁘게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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