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금융] '사상 최대' 실적에도 하락하는 은행 주가, 왜?
[인사이드 금융] '사상 최대' 실적에도 하락하는 은행 주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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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호재보다 불확실성 더 커최고경영자들, 주가 회복 위해 자사주 매입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사상최대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실적이 예상됨에도 은행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채용비리에 따른 지배구조 약화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그룹 주가는 최근 올해 최저점을 찍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10일 5만6100원으로 저점을 기록해 올해 고점이었던 지난 1월 12일 6만9200원에 비해 18.93% 하락했다. 신한금융 주가 역시 지난 3일 올들어 최저점인 4만3650원을 기록하면서 1월 22일 고점인 5만3700원보다 18.71% 떨어졌다.

하나금융은 5일 4만800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해 지난 1월 12일 고점인 5만6000원보다 무려 27.14%나 낮아졌다. 우리은행도 3일 올해 최저점 1만3550원으로 지난 1월 12일 기록한 고점 1만7200원보다 21.22% 하락했다.

주가 급락으로 다급해진 금융그룹 수장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 들어 2월과 3월 두차례에 걸쳐 2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자사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2171주를 사들였다.

김정태 회장 역시 2015년 이후 2년4개월만에 1500주를 샀고,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벌써 1만5000주를 매입했다.

일반적으로 회장 등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책임경영에 대한 시그널로 인식돼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시장도 수장들의 연이은 자사주 매입에 반응하며 지난 10일 반짝 상승하는 듯 했으나 불과 하루만에 다시 매도세에 밀리며 거래 가격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사상최대규모인 11조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데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등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데도 3개월째 이어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호재보다 더 큰 불확실성이 쌓여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올들어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를 위해 신(新)총체적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강도높은 부동산대출 규제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금리인상기에 은행권이 마음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없도록 가산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이것만으로도 순이자마진(NIM) 등 은행권의 수익성 확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채용비리 논란 때문에 금융그룹 수장 사퇴 압박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가 하락세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금까지 채용비리로 사퇴한 사람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밖에 없지만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불확실성도 훨씬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경영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은행 평판이 하락하고 직원들의 동요가 나타나게 된다. 이후 새로운 경영자가 자리하더라도 조직을 수습하고, 고객들을 다시 유치하는 동안은 수익성을 포기해야 한다.

또 다른 투자 심리 위축 요인으로는 새로운 금융감독원장에 김기식 전 국회의원이 발탁됐다는 점이다. 과거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활동을 할 당시 발언 등을 보면 규제 분위기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김 원장이 맡은 역할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향후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금융권 혁신 부족과 예대마진 위주의 은행 수익구조에 대한 비판,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등의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여 은행 NIM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은행주가 상당히 저평가 되고 있어 실적 시즌을 겨냥한 단기적인 접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 주가 하락으로 금융권의 여러 우려가 상당부분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1분기 실적은 여전히 상당히 양호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실적시즌을 겨냥한 단기 접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에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부각됐고, 규제나 정책 방향성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 상승 탄력이 둔화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주가에 내제된 할인율이 상당히 높아졌고, 예상보다 양호한 NIM이나 대손율로 인해 실적 개선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고려하면 현재 은행 업종 주가는 저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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