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강남권 전세시장…수요 '뚝' 세입자 기근 현상
얼어붙은 강남권 전세시장…수요 '뚝' 세입자 기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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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신규 아파트 매매 증가 영향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완연한 봄기운에도 서울 전세시장은 냉기로 가득하다. 수도권 신규 아파트의 입주물량 등이 증가한 영향인데, 한때 전세물건이 없어 몸살을 앓았던 강남지역에서도 전세매물이 남아돌며 '세입자 기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송파구나 강남구 등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는 바람에 전셋값이 매맷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전셋값은 전월대비 0.13% 하락했다. 특히 서울 전셋값이 0.08% 떨어지면서 2012년 8월 이후 처음 하락전환했다.

실수요자들의 매수전환에 따른 수요 감소,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수도권 신규 아파트 입주 증가 등으로 수요가 분산돼 5년 7개월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주간으로 범위를 좁혀봐도 전셋값 하락세는 뚜렷하다. 4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일대 아파트 전세가격이 0.05% 떨어진 가운데, △송파(-0.33%) △양천(-0.15%) △강동(-0.10%) △금천(-0.07%) △서초(-0.05%) △강남(-0.05%)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이렇다 보니 '전셋값에서 돈을 조금 더 보태 집을 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매맷값과 전셋값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전세 매물을 내놓기 바쁘게 바로 나가서 '전세 무적신화'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강남권의 상황도 반전됐다.

실제 일대 공인중개업소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의 전용 82㎡ 매맷값은 20억~22억원 수준인 반면 전세는 6억~6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16억원가량 차이나는 셈이다.

인근에 자리한 한양5차 역시 매맷값 21억6000만~22억원, 전셋값 5억2000만~5억6000만원 수준으로, 차이만 16억원을 훨씬 웃돈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은 13억원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는 전용 84㎡가 5억5000만원에서 전세 거래되고 있다.

재건축이 예정돼 있는 아파트의 전셋값의 내림세는 더욱 뚜렷하다.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이 일반아파트에 비해 짧은 만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값으로 내놓는 집주인이 많다.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전용 84㎡는 최고 34억~35억원에 매매물건이 손바뀜되고 있는 반면, 전세가격은 5억원 수준에 그친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전용 82㎡의 경우 매맷값이 19억8000만원으로 20억원에 달하는 것과 달리 전셋값은 4억5000만~4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이같은 가격 조정에도 전세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수요 자체가 한정돼 있는 데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거주기간 한계 때문에 거래를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는 것.

반포주공1단지 인근에 위치한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는 아무래도 전세로 거주할 수 있는 기간에 한계가 있다보니 매물이 잘 안나간다"며 "최근에는 전세매물이 시장에 많이 풀리면서 값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거래가 뜸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전셋값 하락기조가 장기화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나뉜다. 다만 봄 이사철이 마무리되면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어서 당분간 하락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송파구나 양천구는 매물 소진 속도가 더디고 전세 거래가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떨어졌다"면서 "연말까지 경기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입주가 이어지기 때문에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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