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은 통상 죽은 사람의 혼령을 말한다. 피터 언더우드가 분류한 유령의 8가지 유형에 따르면 ‘전통적인 유령’을 비롯해 과거 시점에 들어가 혼령을 만나는 ‘타임 슬립’, ‘유령이 깃든 움직이는 물체’ 등이 있다. 즉 유령에는 물건도 해당한다.

최근 삼성증권이 직원들에게 배당금을 준다는 게 112조원의 주식으로 전산 상 잘못 입고한 유령주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직원 실수라고만 알려져 있을 뿐, 도무지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일로 ‘유령 주식’이란 표현으로 회자되고 있다.

보유 중인 주식이 없는데도 시가총액(3조4247억원)의 32배에 이르는 ‘유령 주식’이 만들어졌고 실제 거래소에서 매매 체결까지 이뤄졌다. 삼성증권이 잘못 지급한 주식 수는 실제 상장주식수(8930만주)를 훨씬 초월한 28억주에 달했다.

발행 물량 이상의 초과 주식이 정상적으로 거래 유통되려면 이사회와 주총 의결을 거쳐 예탁결제원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실제 매매까지 성사된 것이다. 즉 ‘예탁원 등록→발행→매매’가 아니라 ‘발행→매매→등록’순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필자에게도 최근 금융거래시 황당한 일이 있었다. 필자 계좌에 조 단위의 돈이 입금된 것이다. 잠시 멍한 상태에서 일시적인 컴퓨터 오류이겠거니 생각했고 잠시 후 그 돈은 사라졌다. 어떤 이유인 지 ‘유령’이라고 밖에 해석할 길이 없었다.

삼성증권 사태는 단지 개인적 경험에서의 이 유령이 실제 존재할 수도 있다는, 또한 다른 금융사에도 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거래 시스템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증권 거래 시스템에 허점이 노출된 만큼 철저하게 조사하고 잘잘못을 가려내고 재발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

네티즌 여론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뢰도가 증권 거래 시스템보다 나은 것 아니냐는 조소마저 내놓는다.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오늘 20만을 돌파할 기세이다.

안정성이 높다는 증권 시스템의 허점 노출은 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도 면죄부를 주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증권에만 잘못했다고 할 일이 아니라 시스템 상 미비점을 미리 대응하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특히 삼성증권 직원들이 501만2000주(전날 종가기준 1995억원)를 매도하면서 피해를 입었을 투자자 보호 문제는 예상 외로 사태가 심각해 질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전산조작은 증권가에 알게 모르게 자행되고 있다고 전해져 주가 조작도 이번 기회에 세밀히 들여다 봐야 할 대목이다.

삼성증권 사태의 향후 진행 방향은 '여파'가 아닌 강한 충격을 의미하는 ‘파장’으로 증시 신뢰성에 최악의 오점을 남겼다.

유령주식은 피터 언더우드의 분류에 굳이 대입한다면 ‘유령이 깃든 물체’일 것이고, 신종(新種)이라면 '디지털 유령'에 해당할 것이다. 헛것은 세상에 이롭지 않은 적폐일 뿐이다.

김무종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