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기 경동시장 맞아?"…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오픈 첫날
[르포] "여기 경동시장 맞아?"…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오픈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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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신관 2층의 모습. 인삼가게와 노브랜드 매장이 함께 위치해 있다. (사진=이마트)

내부 인테리어 공사 이마트가 맡아…전반적인 분위기 '깔끔'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이용객 전통시장으로 유치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몰라보게 바뀌었구먼, 축하합니다!"

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신관 건물에 들어서는 상인들의 첫 마디다. 시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오전 11시, 새로 오픈한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을 구경하기 위해 시장 상인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그럴 때마다 입구에 위치한 인삼가게 주인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이제부터 시작이지, 와서 차라도 한잔 들고 가."라고 말하며 종이컵에 차를 내왔다. 상인들끼리 서로 얘기하고 정을 나누는 시장인심이 엿보였다.

입구에 서서 바라보니 10여개의 인삼가게들이 한눈에 펼쳐졌다. 기둥이나 가림막이 없어서 인산 전문매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깔끔함'이었다. 화이트톤의 조명이 깨끗한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상인들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이마트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한희순 을화인삼 점주(62·여)는 "과거에는 이빨 빠진 모양으로 인삼가게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시장은 침체되고 노후화된 시설에 비어있는 가게들이 많았다"며 "손님은 정말 없었다. 아침에 문을 열고 개시조차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낡았던 공간이 이렇게까지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시설이 깨끗해지니까 손님도 그렇고 일하는 상인들도 너무 좋다. 노브랜드가 들어오면서 시장 전체가 활기차졌다"고 말했다.

인삼매장을 가로질러 안쪽으로 들어가니 왼쪽으로 노브랜드 매장이, 오른쪽으로 쉼터공간이 보였다. 노브랜드에 들어가니 정면에는 시장상인들이 많이 찾을 법한 휴지와 커피믹스 등이 진열돼 있었다.

매장을 전부 둘러보는데 10분이 채 안 걸렸다. 120평규모로 가공·냉동식품과 생활용품이 주력 상품으로 진열돼있었다. 경동시장 상인들이 판매하는 과일, 야채 등 신선식품과 수산물, 건어물, 담배, 주류는 없었다.

▲ 5일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에 진열돼 있는 인형과 장난감 등의 어린이 용품. (사진=김태희 기자)

한쪽에는 가전제품들이 전시돼있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에어프라이어'를 비롯해 미니청소기, TV, 드라이기 등이 있었다. 이마트는 아이를 동반한 젊은 주부고객들을 전통시장에 유치하겠다고 장담했다. 그에 맞게 블록이나 로봇장난감, 동물모양 인형 등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옆에는 문구류도 있었다.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하는 허남운(62·남) 씨는 노브랜드 매장을 둘러보고 '신선하다'고 표현했다. 허 씨는 "한약재나 생선, 나물을 사러 경동시장에 자주 온다. 오늘은 커피랑 과자, 고기까지 장을 보니 너무 편하다"며 "사실 경동시장은 어르신 시장이다. 이런 곳에 마트(노브랜드)가 생기다니 발상의 전환이다. 너무 신선하다"고 감탄했다.

친구와 함께 노브랜드를 방문한 주부 김모(39·여) 씨는 "롯데마트까지 안 가도 되겠다"며 냉동식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경동시장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롯데마트 청량리점과 홈플러스 동대문점이 영업하고 있다. 인근 제기동과 신설동, 청량리 주거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대형마트다.

이모(58·여) 씨는 "말로만 들었는데 와보니 진짜로 노브랜드가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싸다. 가격이 싸니까 아무래도 기존에 대형마트를 이용했던 사람들도 경동시장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 5일 오전 11시 40분,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에서 차렵이불이 모두 팔린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매장을 나가려 할 때쯤 한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차렵이불'을 파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이불이 어떻게 만원도 안 돼?"라고 말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제품을 꺼내들었다. 직원들이 재고를 채워놓기 무섭게 동이 났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시장 상인들이 아쉬워하자 직원들은 오후에 추가 입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불 다음에는 휴지였다. 두 제품 모두 가격은 9980원이었다.

밖으로 나와 시장 거리를 걸었다. 노점상에서 나물을 판매하는 임모(70·여) 씨는 "(마트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노브랜드를 직접 보니 잘한 일인 것 같다"며 "일단 진짜로 손님이 많이 올지는 아직 모르겠고,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1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충남 당진어시장, 경북 구미선산시장, 경기 안성맞춤시장, 경기 여주한글시장, 서울 경동시장 등 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 지난 5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오픈한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의 외관. (사진=김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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