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말하는 STX조선 처리 원칙은?
산업은행이 말하는 STX조선 처리 원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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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 본점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의 처리 방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한다'고 밝혔지만 그 원칙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8일 STX조선이 고정비를 감축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를 내놓고 이 이상의 자구계획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컨설팅 결과에서 약 40% 인력 구조조정을 해서 생산원가 절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나왔다"며 "우리는 그보다 추가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더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 임직원수가 1330명인 점을 고려하면 약 53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컨설팅 업체는 구체적으로 생산직 근로자(690명)의 75%(520명)를 정리해야 생산원가 감축에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STX조선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노조는 조합원의 고용보장을 전제로 무급휴직 등의 방안을 내놓지만 사측은  컨설팅 결과에서 요구한 자구계획과 맞지 않다고 주장한 것.

그런데 정작 산업은행은 인력감축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향 제시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컨설팅 결과는 컨설팅 업체가 인력 감축 등을 임의로 가정한 뒤 실행할 경우 나타날 결과에 대해 예상한 것 뿐이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조선업 공정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컨설팅대로 실행했을 때 그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며 "STX조선이 컨설팅 결과 이상의 고정비 감축을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온다면 그걸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달 정도 기간을 부여한 것도 노사가 결론을 충분히 합의할 시간을 주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자산매각이나 기타비용 절감, 노사가 수용한다는 가정하에 인건비 절감 등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최종 수용 여부는 회사와 노조가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인력 감축 부분에 대해서 산업은행은 아무런 디렉션(방향제시)을 준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STX조선 처리방안 발표 과정에서 나왔던 산업은행 측의 답변과도 일치한다.

성주영 산업은행부분 부행장은 "고강도 자구노력이라고 하는 것이 인력감축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사가 합의해서 제시하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산업은행과 정부가 '원칙'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STX조선 노사가 컨설팅 결과를 무조건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는 가정일 뿐인데 원칙이라고 강조하면서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는 커다란 압박이 돼 노사가 다른 방안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결국 산업은행이 원하는 방식을 수용하게끔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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