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19살도 강남에 10억이 넘는 아파트를 사는데…"

최근 한 신규 아파트 청약당첨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30대 무주택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말줄임표를 사용하며 청약당첨자와 자신을 비교하는 농도 짙은 신세한탄을 써내렸다. 

뒤를 잇는 수백개의 댓글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어떤 이들은 익명의 힘을 빌려 허공에다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무엇이 많은 이들의 공허함을 이끌어냈을까. 시발점은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 공무원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청약자 발표였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3.3㎡당 4160만원으로 책정되며 '로또 중 로또'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단지는 3만 여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제일 작은 평형의 분양가도 9억원이 넘는 탓에 HUG의 중도금 대출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시공사 보증 중도금 대출마저 불발되면서 수억원의 현금을 온전히 수요자가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구름인파는 저마다 청약통장을 흔쾌히 내놓았다.

어떤 이들은 돈 없는 사람들이 청약을 포기하면서 경쟁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쾌재를 부르는 사람들 중 19살도 있었던 모양이다. 특별공급 당첨자 명단엔 갓 대학교에 입학했을 19살이 이름을 올렸다. 20대의 청약자도 13명으로, 30살 미만의 청약자 비율은 3.1%에 달했다.

현행 주택청약제도상 세대주인 경우엔 19살 미만도 청약이 가능하다. 때문에 나이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10억원을 훌쩍 넘는 아파트를 대출없이 계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19세 당첨자는 아이러니를 그려냈다.

물론 본인이나 가족이 '현금 부자'라면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별공급 제도 역시 신혼부부에 한해서만 도시근로자 가구당 평균소득의 100%(맞벌이의 경우 120%) 이내로 소득제한 규정을 두고, 나머지는 청약자의 자산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문제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특별공급 제도를 이른바 '금수저'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당첨자가 20대인 경우 가족이나 친척, 제3자로부터 분양대금을 조달할 개연성이 큰데, 이 경우 이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기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곳곳에서 특별공급 본래의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는 있다. 관리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논란이 일자마자 "해당단지의 특별공급 당첨자를 포함해 모든 당첨자의 자금조달 계획서를 집중 분석하고, 증여세 탈루가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국세청에 통보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왠지 좀 불안하다.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시장으로 개편하겠다는 당초 정부의 자신만만한 태도와는 달리 특별공급 제도마저 현금부자들의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이상의 신뢰가 무의미한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는 정부가 뒤늦은 변명이 아닌 행동의 결과물을 보여줄 때다. 청약 전에 사회적 배려자와 금수저를 가릴 수 없다면, 증여세를 제대로 냈는지 꼼꼼하게 따져 세금을 걷고 무주택자들의 실망감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금수저를 탓하고 싶은 게 아니라 제도를 본래의 취지에 맞게 활용하고 싶은 것뿐인데, 그게 참 쉽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