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가 '공유경제' 실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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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명품 대여 사이트 시리즈에잇 (사진=시리즈에잇)

럭셔리 가방부터 셔츠까지 대여…합리적 소비경향 확산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구찌, 루이비통, 고야드, 입생로랑. 알만한 럭셔리 가방은 다 모여 있어요. 갖고 있는 가방이 얼마 없다 보니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행사엔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요.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네요. 용도에 맞게 디자인을 추천해주고, 가격도 저렴해 만족합니다. 최신 가방 모델을 빌릴 때면 기분도 새로워지죠."

패션가에서 공유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공유경제란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소유'하기보단 '나눠 쓰는' 경제 모델을 뜻한다. 국내에서 보편화된 렌탈 상품은 생활가전과 자동차다. 최근엔 합리적인 가격으로 패션 용품까지 빌려 쓰려는 소비자가 크게 늘면서 패션업체들도 공유경제 실험에 들어갔다. 일상복부터 면접을 대비한 정장, 명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패션 공유경제가 가장 활발한 곳은 인터넷 명품 가방 대여 사이트다.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따져 신중히 구매하거나,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인터넷 명품 가방 대여 사이트에선 30대 여성을 주축으로 '샤넬'과 '루이비통', '생로랑' 가방이 인기다. 이곳에선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생로랑 모노그램 체인 월렛' 가방을 4만8000원으로 4박5일 빌릴 수 있다. 월 7만9000원으로 자유로운 가방 대여도 가능하다.

▲ 사진=묘미 홈페이지

과거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대여 사이트를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엔 평일 이용 소비자도 많다. 이는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렌탈에서 지난해 8월 출시한 '라이프스타일 렌탈 플랫폼' 묘미(MYOMEE)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묘미에선 지난달부터 명품 핸드백을 빌려주고 있는데, 주문 비율을 보면 주중 이용 소비자가 90%로 절대적으로 많다.

묘미에서 하루 동안 명품 핸드백을 빌릴 수 있는 가격은 최소 5900원. 핸드백 대여 서비스를 시작한진 1달 밖에 되진 않았지만, 20~40대 여성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롯데렌탈 묘미 담당자는 "명품백 주문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인기 상품으로 '샤넬 셰브런 오 케이스 미디엄 클러치(CHANEL Cheveron O-Case Medium Clutch)'를 꼽았다.

그는 이 클러치에 대해 "올해 신상품으로 현재 국내 매장에선 모두 팔려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묘미에서 맛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밝혔다. 더불어 '디올 자디올 체인 플랩백(Dior J’ADIOR Flap Bag)'도 가수 윤아 공항패션과 함께 인기라고 소개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 플래그십 매장 '시리즈코너'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대여용 옷을 추천하고 있다.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이 올해 초 남성 캐주얼 편집 브랜드 '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의류 대여 서비스도 선방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플래그십 매장 '시리즈코너'에선 3일 기준 2만5000원~3만원만 내면 겉옷을 빌려준다. 니트와 바지는 1만원, 셔츠 5000원이다. 옷을 빌리는 소비자는 평일 10명, 주말 20명가량이다.

공유경제 실험에 소비자들이 반응하자 코오롱FnC는 '래;코드(RE;CODE)'를 통해서도 대여 서비스를 선보였다. 래;코드에선 버려질 위기에 놓인 옷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착한 소비'를 알리자는 목적도 크다. 래;코드는 3년차 재고를 재활용해 독특한 디자인으로 원래보다 가치를 더한 제품을 선보이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시리즈코너에 있는 래;코드 매장에서 상·하의와 원피스를 각각 1만5000원, 3만0000원으로 빌릴 수 있다.

대여 서비스를 기획한 한경애 코오롱FnC 상무는 "과거 과시하기 위해 명품 가방이나 고가 액세서리를 빌려 썼다면, 최근에는 경험에 가치를 둔 합리적인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충동구매로 인해 입지 않는 옷을 쌓아놓기보다 먼저 경험해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길 추천한다"고 밝혔다.

비영리 단체 '열린 옷장'의 경우 정장을 기증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일을 한다. 정장 2000벌에 셔츠와 타이, 구두까지 합하면 8000개에 달한다. 3박4일 대여료는 2만원. 정장 10벌로 시작했지만, 하루 150명이 방문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패션 공유경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물질적인 소유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따져 신중히 구매하거나, 새로운 경험에 관심을 두는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패션연구소에서 발표한 소비자 패션지표조사를 보면, 경험·체험 지출은 2016년 상반기 35%에서 하반기 49%, 2017년 상반기 52%로 꾸준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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