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위기관리 원칙 '58 82 100'
[데스크 칼럼] 위기관리 원칙 '58 82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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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세월호 7시간 봉인이 풀렸다. 대한민국 안전을 책임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유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세월호 7시간 관련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검찰 발표를 보면서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이 올 초 펴낸 책 <포괄안보시대의 위기관리 전략>에서 본 구절이 떠올랐다. 김 회장은 이 책에서 "여론은 위기관리 주체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잣대로 평가한다. 위기관리 주체는 필사즉생(必死卽生) 전략으로 '58 82 100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8 82 100 법칙이란 "실제보다 조금 오버(58)해서 가급적 빨리(82) 100%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얼마 전 만난 김 회장은 이 책을 건네며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빠졌을 때 필사즉생 각오가 필요하다는 글을 썼다"고 말했다. 사실을 감추지 말고 솔직하게 밝혔으면 탄핵당하지 않았을 거란 얘기였다. 

기자로 일하면서 세월호 7시간 행적을 꼭꼭 숨겼던 박 전 대통령과 다름 없는 사례를 자주 봤다. 개인뿐 아니라 정부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감추고 이익을 지키기 위해 사실을 감추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나 자신을 되돌아봐도 떳떳하지 못한 일이 많았다.    

58 82 100 법칙은 특히 소비자와 소통하는 기업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소비자들한테 숨기지 말고 확실하게 사과하는 게 좋다. 주저하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수 있다.

세월호 7시간 봉인이 풀렸듯 아무리 감추려 애를 써도 언젠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잘못을 저질렀어도 되도록 빨리 확실하게 사과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작은 잘못이라고 뭉개려다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과 미투 운동에서도 세월호 7시간과 비슷한 흐름이 읽힌다. 우리는 크고 작은 권력을 휘둘러 힘 약한 이들을 괴롭힌 사실이 드러나 모든 것을 잃는 사례를 많이 보고 있다. 

권력을 앞세워 정보 차단이 가능했던 과거엔 잘못을 감출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만 정보를 입수하는 이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정보화시대 정보 차단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민 모두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감시자로 봐야 한다.   

위기관리의 기본은 58 82 100 법칙이라는 김 회장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세월호 7시간 사례를 보고 생각을 굳혔다. 강력하게 감추는 것보다 강력하게 사과하는 게 훨씬 현명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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