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토끼몰이식 트럼프 외교의 한계
[홍승희 칼럼] 토끼몰이식 트럼프 외교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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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최근 꽤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던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정부가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말 그대로 깍듯이 예의를 갖춰 맞이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들이 이미 충분히 쏟아져 나왔다. 남북과 북미간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져 나오는 각종 분석들이 다 그럴싸한 논리로 무장돼 있다.

그러나 그 많은 해석들 사이에 뭔가 하나쯤 빠진 것만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정상회담이라는 게 양측에 뭔가 서로 기대할 바가 있어서 이루어지는 것일 텐데 각종 미디어에서 의견을 밝히는 전문가들 가운데는 그 균형이 무너진 논리를 피력하는 이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외교라는 것이 처음부터 모든 패 깔아놓고 벌이는 도박판은 아니다. 다들 감춰진 카드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펼쳐진 카드만 갖고 비관하거나 상대를 불신하는 평가나 분석을 내놓는 언론보도이나 자칭 타칭 전문가들의 말을 듣다보면 그게 과연 전문가다운 태도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번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의 중국방문 시기는 다각도의 분석을 가능케 하는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 맞다. 북한으로선 당연히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에 자신들의 우방과 좀 더 강력한 연대를 드러내 보일 필요가 있겠고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상황의 급격한 방향전환 움직임에서 소외되지 않았음을 국내외적으로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예측하기 쉬운 이유 외에도 트럼프식 외교가 지나치게 몰아붙이기로 나아가며 국제무대에서의 외교권과 경제문제에 있어서의 지배권을 독식하려는 데 대한 대응 전략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김정은 집권 이후 장기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북중 사이를 강력하게 결합시켜주는 역효과를 초래한 것은 아닐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금 트럼프시대의 미국은 북한을 코너로 몰아붙여서 굴복하게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수시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압박 공조를 국제사회에 요구하면서도 경제적 이권을 챙기는 데 있어서는 국제사회에 매우 적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는다고 중국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남중국해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높인다.

그런 트럼프의 전략은 과거 냉전시대의 대립구도를 다시 불러들이려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물론 경제공세는 모든 나라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퍼부어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적어도 무력행사에 있어서는 한미일과 북중러 사이에 선을 긋고 진영싸움을 다시 심화시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행동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 해결방안으로 끊임없이 군사적 옵션을 들먹이다가 최근 남북 사이에 근 10년 경색됐던 관계를 풀기 위한 남북한 주도의 대화분위기가 조성되자 자신의 압박전략이 성공한 사례로 선전하기에 분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스스로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한반도의 전쟁위기 해소가 그 무엇보다 중요했고 평화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남북간 심도있는 대화 이전에 대화의 창구부터 여는 게 시급했기에 굳이 미국과 공을 다툴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어제까지 전쟁옵션을 카드로 흔들다가 갑자기 말을 바꿔가며 자신의 공을 내세우는 태도는 실상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인 ‘갑질’과 닮았다.

트럼프식 외교 방식은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냉전시대의 진영싸움이 재현되면 남북한 모두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고 민족문제는 끊임없는 외세의 간섭에 포획될 수밖에 없게 된다. 통일의 길에서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진영 싸움에 휘말린 한반도는 솔로몬의 재판에 나온 아기의 처지와 같다.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서도 그런 진영싸움이 재현되는 것은 막아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내에서는 냉전시대의 논리가 다소 약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힘을 쓰고 있다.

진영간 긴장관계는 이제 많이 퇴색했지만 남북한은 어떻든 양진영의 첨단에 위치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의 미래에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은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한민족 공동체의 실현이다. 그러자면 과거처럼 ‘퍼주기’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지 말고 북한과의 경제협력, 지원사업 등에 적극 나설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트럼프 식으로 몰아붙이기만 해서는 결국 과거의 진영 구조를 되살려 낼 뿐이다. 쥐도 빠져나갈 구멍이 안보이면 고양이를 문다는 옛 속담이 전하는 지혜를 다시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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