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환율 협의 논란…4월 환율조작국 지정 두고 부담↑
한미 FTA, 환율 협의 논란…4월 환율조작국 지정 두고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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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원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한미 FTA 협상 결과를 발표할 당시 환율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데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가 스스로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겠다고 약속한 셈이 된다. 

기획재정부는 "한미 FTA와 4월 환율조작국 협상은 '별개'"라고 즉각 반박했지만 환율조작국 지정을 두고 미국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근본적으로 약(弱)달러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미국이 FTA 개정에 합의하면서 환율 정책과 관련해서도 부가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 기획재정부는 미국 재무부와의 협상에서 원화의 평가절하를 막아 환율 개입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며 "한미 FTA 개정안은 미국이 환율과 관련한 부속합의를 맺은 최초의 무역협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한미 FTA 협상과 환율 합의가 '패키지'로 논의 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왔다. 한미 FTA가 비교적 빨리 타결된 이유도 환율 합의 때문 아니냐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수출경기 때문에 환율을 관리할 수 밖에 없는데, 정부가 원화 하락을 억제하기로 했다면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6일 한미 FTA 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환율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고 약가 정책 개선등에 합의하는 대가로 농업을 지키고 철강관세를 면제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신 보도대로 환율 합의가 사실이라면 대외적으로는 큰 피해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해 놓고 뒤로는 민감한 환율 합의를 숨긴 '눈속임 발표'를 한 것이 된다. 

이에 기재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4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한미 재무당국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미 FTA와는 별개의 합의"라고 반작했다. 통상교섭본부 역시 "환율은 한미 FTA 협상 창구인 미국무역대표부(USTR)와의 협상에서 전혀 논의 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근본적으로 달러 약세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끝은 결국 '약(弱)달러'"라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미국은 어떤식으로든 환율 협상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도 환율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려 했으나 일본 등의 반발로 실패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국의 철강 관세부과는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단기전략이며, 외신보도가 사실이라면 한국과는 철강관세를 예외로 두고 환율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간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동차 분야의 일부 양보만으로 만족했겠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오는 4월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오락가락'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으로 보인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는 우리나라가 수출에 유리하게 원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10월 환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은근히 압박했다. 

정부는 환율 변동을 시장에 맡기되 극격한 쏠림이 있을 때만 미세조정한다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의 환율조작국 발표를 앞두고 지난 18일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전 11시30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50원 떨어진 1067.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미 FTA 부속합의로 한국 정부가 환시 개입 데이터를 공개하는데 합의했다는 소식이 환율 하락 재료로 작용했다"며 향후 개입 형식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한국 정부도 조심스러운 대응이 예상된다. 이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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