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예비역 육군소장)

위기관리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위기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순서이지 싶다. 우리는 주변에서 위기란 말을 자주 듣는다.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들도 위기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위기가 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매일 밥을 먹지만 '밥이 뭐냐?'고 물으면 정확하게 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밥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해도 먹고 사는데 별 지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전략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위기가 뭔지 이야기해야겠다.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는 '위기는 이런 것'이라고 설명해야 독자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위기를 '위험과 기회'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위기란 뜻의 영어 '크라이시스(Crisis)'의 어원과 같은 맥락이다. 크라이시스는 분리란 뜻의 그리스어 '크리네인(Krinein)'에서 유래됐다. 전통적인 의학에선 '회복되거나 죽는다'는 상태 변화를 의미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위기는 '위험한 고비' 또는 '위급한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곧, 위험이 닥친 상황, 그 시점이란 것이다.
 
사람들이 위기란 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미국과 옛 소련이 핵전쟁을 벌일 분위기였던 쿠바사태부터다. 미·소 갈등은 국제정치학자들이 위기 연구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위기는 국가 간 전쟁 발발 위험이란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국제정치학자들이 정의한 위기 개념은 오늘날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는 위기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부족하다. 군사적 문제뿐 아니라 비군사적 문제도 국가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나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이제 위기는 군사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와 대형재난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위기관리 주체는 국가란 좁은 범위에 한정된 상태다.

국가적 위기만 없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비록 국가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지만, 우리가 다니던 회사, 보금자리인 가정, 개인에게 닥친 위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위기관리 주체를 국가뿐 아니라 각종 조직과 가정, 개인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위기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야 우리한테 닥친 모든 위기에 대처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위기를 관리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보통 한 분야에서 발전한 개념을 전 영역으로 확대할 경우 최대공약수 같은 개념이 요구된다. 이 문제를 잘 설명한 사람이 2500년 전 공자다.

공자가 제자 자공에게 "내가 많이 배워서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자공이 "그럼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공자는 "그렇지 않다. 나는 일이관지(一以貫之)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일이관지'란 말은 일일이 모든 것을 공부하지 않고 원리(原理)를 깨달아 세상사를 이해했다는 뜻이다.

공자가 한 말이라 어렵긴 하다. 풀어내면 '하나로 모든 것을 꿸 수 있다'는 말이다. 하나 즉 '일(一)'이 개념에 해당한다. 공자가 말한 일에 해당하는 개념을 찾으면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위기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위기의 개념을 보편화시켜보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위기관리 주체가 인간, 나아가 인간이 만든 모든 조직을 유기체라고 정의하면 가능해진다. 개인, 가정, 학교, 회사, 사회단체, 정부부처, 국가, 국제기구 등을 망라할 수 있어서다.

왜 인간과 인간이 만든 조직만을 위기관리 주체로 하는가? 그 이유는 사람만 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이 없는 무생물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느끼지 못한다. 설사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위기를 느낀다 하더라도, 인간이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유기체의 위기는 핵심 가치가 위험한 경우다. 사람에겐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한 상태가 가장 큰 위기다. 위기에 처한 주체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차이날 수 있지만, 핵심 가치가 위험에 처하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위기의 개념을 일반화시키면, '모든 유기체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가 위험에 처한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정의할 경우 효율적 위기관리가 가능하다. 특히 유기체의 핵심 가치가 어느 정도 위험한지 판단하고, 그 판단을 토대로 위험제거 방법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