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글로벌?…은행권 5년 새 엇갈린 해외진출 성과
'무늬만' 글로벌?…은행권 5년 새 엇갈린 해외진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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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해외진출 국가와 점포 수 (자료=금융감독원)

M&A·점포출점 '적극적인' 신한·우리은행…'제자리걸음' 국민·하나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꾸준히 글로벌 진출을 내세워 온 국내 시중은행들의 해외진출 성과가 크게 엇갈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글로벌 금융영토 확대를 내세우며 해외 진출을 활발히 추진했지만 KB국민은행이나 KEB하나은행은 제자리 걸음 수준이었다.

28일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 해외점포 영업실적' 자료를 보면 KEB하나은행은 23개국에 진출해 지점·현지법인·사무소 등 점포 35개를 출점했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 진출 규모다.

이어 우리은행이 22개국에서 31개 점포를 냈고, 신한은행은 19개국 29개 점포를 보유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0개국 13개 점포를 출점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최근 5년간의 변화를 보면 양상은 달라진다.

이 기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해 나갔다.

지난 2013년 신한은행은 15개국에 20개 점포를 출점했는데 이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진출규모를 늘려가면서 5년간 4개국 9개 점포를 더 확장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아시아 유망시장 내 M&A와 지분투자 등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기간 4개국, 7개 점포를 확대해 금융영토를 넓혀갔다. 우리은행은 동남아 시장은 M&A를, 유럽 등 선진 금융시장은 사무소 진출을 통한 유럽금융벨트를 중심으로 현지 영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착실하게 준비중이다.

이들 은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과거 은행의 해외진출은 국내 기업이 진출할 때 금융부문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함께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보니 해외점포의 실적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통적 진출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금융사를 인수·합병하거나 국내 기업이 없는 나라에 사업소를 출점해 수익성을 먼저 타진하는 등 현지 영업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지 않은 이란, 폴란드, 방글라데시 등에 점포를 두고 시장조사중이다.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캄보디아 여신전문금융사 말리스,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뱅크 등 현지 금융사들을 연이어 인수했다.

신한은행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점포를 진출시킨데 이어 지난해 12월 'ANZ BANK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신한베트남은행을 베트남 내 외국계 1위 은행으로 성장시켰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올해 해외 네트워크를 500개까지 확대하고 2020년 해외순익비중을 약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지주의 2020년 해외 수익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에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포화된 상태라 해외로 눈을 돌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주와 함께 해외사업 진출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5년째 해외진출에서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 기간 고작 1개 점포만 늘었다. 진출국가는 10개에서 변화가 없었다.

최근 캄보디아에 디지털뱅크 플랫폼인 '리브 캄보디아'를 출시하는 등 동남아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해외진출을 본격화한 시기가 다른 은행에 비해 늦은데다 상대 국가의 규제 등으로 인해 빠르게 늘지는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실패로 9500억원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이 해외진출의 발목을 잡았다.

하나은행은 더 심각하다.

업계에서는 외환은행을 인수·합병한만큼 해외진출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당시 외환은행은 22개 국가에 30개 점포를 출점시켜 다른 은행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여기에 하나은행이 9개 국가에 9개 점포를 두고 있어 겹치는 나라를 제외하더라도 23개국 39개 점포를 전세계에 포진시켜두고 있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나도록 진출국가는 여전히 23개국이고, 점포는 2014년 41개, 2015년 37개, 2016년 34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되면서 겹치는 국가의 점포를 폐점한데 따른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멕시코 법인이 신설되면서 겨우 점포수를 늘려 지난해 35개 해외점포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진출국가나 네트워크 수를 늘리기보다 이익을 낼 수 있는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 신중하게 진행하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밝히기 어려운 해외 진출 사업도 몇 개 추진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사업을 모회사인 하나금융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2025년까지 그룹내 글로벌부문 세전 이익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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