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 '검은 금요일'…금융시장 요동
미·중 무역전쟁에 '검은 금요일'…금융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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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관·외인 '팔자'코스피 3.18%·코스닥 4.81% 폭락
원·달러 환율 9.5원↑·엔 재정환율 20.29원 폭등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남궁영진 박조아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發) 무역전쟁 우려가 불거진 영향으로 요동쳤다.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9.26p(3.18%) 내린 2416.76에 마감했다. 이 낙폭은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 채무위기로 94.28포인트 폭락한 2011년 11월 10일 이후 6년 4개월여 만에 최대다. 하락률은 2012년 5월 18일(3.40%) 이후 가장 높다.

전날보다 49.29p(1.97%) 하락한 2446.73에서 출발한 지수는 초반부터 이어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에 하락 흐름을 지속했다. 줄곧 2440선을 유지했던 지수는 오후 2시를 기점으로 가파른 낙폭을 보이며 2410선으로 미끄러졌다.

지수는 전날 한미 간 기준금리 인상 관련 불확실성 해소에 2500선 목전까지 다다랐지만, 이날 급락으로 최근의 상승폭을 모조리 반납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對中) '관세 폭탄' 패키지 발표로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통상전쟁 우려가 부각됐다. 이에 미국 증시 주요 지수가 모두 급락했고, 이는 국내 금융시장을 주저앉혔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한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까지도 조정을 받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관련 무역재제 발언에 중국이 관세부과 하겠다고 응대하면서 무역전쟁과 비슷한 양상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걸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위축된 투자심리가 쉽게 개선되려면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면서 "이번 이슈는 단기간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매매주체별로는 나흘 만에 '팔자'로 돌아선 기관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6439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외국인도 1333억 원어치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냈다. 개인은 7548억 원어치 사들였다.

지수 급락에 모든 업종이 미끄러졌다. 증권(-5.37%)을 비롯, 철강금속(-4.32%), 전기전자(-4.26%), 은행(-4.22%), 의료정밀(-3.52%), 건설업(-3.48%), 서비스업(-3.39%), 제조업(-3.36%), 금융업(-3.15%), 종이목재(-3.02%), 화학(-2.81%), 기계(-2.74%), 운수창고(-2.71%), 음식료업(-2.67%) 등 전 업종이 급락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일제히 고꾸라졌다. 대장주 삼성전자(-3.98%)를 필두로 SK하이닉스(-6.21%), 셀트리온(-3.38%), 현대차(-0.66%), POSCO(-5.58%), LG화학(-3.79%), NAVER(-2.49%), KB금융(-3.60%) 등 시총 상위 20개 종목이 동반 부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0.84%)는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하락종목(825곳)이 상승종목(53곳)을 압도했다. 변동 없는 종목은 9곳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5% 가까이 폭락, 패닉장세를 연출했다.

코스닥은 전장 대비 41.94p(4.81%) 내린 829.68에 마감했다. 전일보다 19.92p(2.29%) 하락한 851.70에서 출발한 지수는 장중 낙폭을 크게 확대해 나갔다. 지수가 820선으로 밀려난 건 지난 달 13일(829.39)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4.84%)를 비롯, 신라젠(-1.47%), 메디톡스(-1.27%), 바이로메드(-11.58%), 티슈진(-4.77%), 포스코켐텍(-5.17%), 셀트리온제약(-5 44%), 로엔(-2.48%), 스튜디오드래곤(-3.47%) 등 시총 상위주가 크케 부진하며 지수 급락으로 이어졌다.

원화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미중 무역전쟁 경계감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영향 탓에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은 상승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오른 1082.2원에 마감했다. 이같은 상승폭은 종가(1082.8원) 기준 전장 대비 11.5원 오른 지난 2월28일 이후 약 한달 만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1033.42원으로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1013.13원)보다 20.29원 뛰었다.

원·달러 환율은 개장 전부터 상승 압력을 예측하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돌입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이 본격화 돼 미중 양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한국 수출기업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앞으로 15일 동안 어떤 관세 대상 품목을 정하고, 이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이날 급등한 만큼 당분간 관망세를 보이며 방향성을 탐색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주가 급락 여파로 500대 부호의 자산이 710억 달러(약 76조8400억원)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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